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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부르기 전의 마음

by은파랑

1950년대, 시카고 대학의 상담실.
철학자 유진 젠들린은
수백 시간의 상담 녹음을 듣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좋아졌고
어떤 사람은 제자리였다.
그는 둘을 가른 것이
상담자의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좋아지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을 더듬었다.
"음… 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여기 어딘가가, 이상하게 묵직한데…"

그들은 매끄러운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말을 멈추고 안쪽을 더듬었고
딱 맞는 단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젠들린은 더듬거림 속에서
몸에 먼저 도착하는 느낌을 발견했다.
이름이 붙기 전의 마음,
그는 그것을 '느껴진 의미'라 불렀다.

우리는 대개 마음을 알아보기 전에
결론부터 내린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우울하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다."
너무 빨리 붙인 이름표는
마음을 설명하지 못하고
마음을 가려버린다.

2007년, 매슈 리버먼의 실험실에서는
뇌 영상 속 이야기가 하나 더 밝혀졌다.
사람들에게 감정이 담긴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게 했더니
편도체의 반응이 가라앉았다.
말이 되는 순간
감정은 조금 덜 거세졌다.

두 연구는 한 문장으로 만난다.
서두르지 않고 알아본 마음은
이름을 얻는 순간 한결 순해진다.

그러니 마음을 알아본다는 것은
진단을 내리는 일이 아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가슴 한가운데가 왜 이렇게 무거운지
잠깐 서서 들여다보는 일

화였나, 서러움이었나.
어쩌면 그냥 지친 것이었나.
맞는 말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잘 모르겠지만 여기가 묵직해."
한 줄이면 이미 절반은 와 있다.

마음은 다그치면 숨고
기다려주면 걸어 나온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처럼
눈높이를 맞추고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 앞에서만
제 이름을 말해준다.

오늘 밤에는
설명하려 하지 말고
알아보기만 해도 좋겠다.
그래, 네가 거기 있었구나.
이제야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기만 해도 좋겠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먼저 곁에 앉는 것.
마음 알아보기는
언제나 거기서 시작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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