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하나 전해온다.
아버지와 아들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산 위에서 바위 하나가
아버지를 향해 굴러 내려오고 있었다.
아들은 다급히 외쳤다.
"아~부~지~ 돌~ 굴~러~가~유~"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바위는 이미 아버지를 지나쳐 있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충청도 말은 그렇게 느리다.
그런데 정작 이 지역의 말을 들여다보면
놀랍도록 짧다.
"돌아가셨습니다"는 "갔슈"가 되고
"그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는 "됐슈"가 된다.
느린 것은 말의 속도였을 뿐
말의 부피가 아니었다.
충청도 사람들은
할 말을 다 하지 않는 대신
가장 적은 말로 다 하는 법을 알았다.
차 문을 세게 닫으면
"그렇게 닫아서 문 부서지겠슈?"라고 물었고
너무 늦게 와서 과속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고 했다.
화를 내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화는 이미 다 전해져 있었다.
이곳의 말은
뜻의 삼십 퍼센트만 입 밖으로 내보내고
나머지 칠십 퍼센트는
상황 속에 묻어두는 말이었다.
그러니 그 말은 게으른 말이 아니라
아껴 쓰는 말이었다.
화살을 당기는 손이 느리다고 해서
화살이 과녁을 비껴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당긴 화살일수록
더 정확한 자리에 꽂혔다.
급하게 쏘아붙인 말보다
오래 고른 말 한마디가
더 오래 상대의 마음에 남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느림은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을 다 마치고서야
입을 연다는 뜻
돌은 이미 굴러갔지만
그 말은, 어쩌면
가장 정확한 때에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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