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쎄함은 여자들의 특권이야

K의 실연수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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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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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같은 거 안 해?"


부장님은 생선구이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젓가락으로 삼치를 뚝뚝 떼며 K를 쳐다봤다.


"아.. 네. 괜찮습니다"

"왜? 선배들한테 좀 해달라고 해. 너 뭐 온라인 게임도 있고, 성격도 좋고. 여자친구만 있으면…"


옆에 있던 팀장님이 숭늉을 후루룩 떠먹었다.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너 이상형이 뭐야? 내가 한번 찾아볼게. 좋아하는 연예인 딱 얘기해 봐"


K는 L을 떠올렸다.

생선구이 집 풍경이 잠깐 페이드 아웃됐다.


L이 눈앞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뭐 먹을래?"

"누나 먹고 싶은 거 먹어요."

"그럼 세트를 하나 시키고, 부족하면 수육을 반접시 추가하자"

"그래요ㅎㅎ"


L은 주저함이 없는 어른이었다.

항상 빨리빨리.

그 옆에서 K도 매번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숟가락을 놓고, 물을 따르고, 메뉴판을 치웠다.

다른 여자들과 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과 속도였다.


이 누나 정말 으른(어른)이구나.

이런 사람을 만나면 '으른의 연애'를 하겠구나.

정말 좋겠다.

평생 행복하겠다.

평생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다.


피식 웃음이 났다.


"이상형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거야 지금?"

"아,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시선이 쏠렸다.


"연애 못할 것 같아서요"

어수룩한 척 헤헤 웃었다.


'L이 아닌 다른 사람과'라는 표현은 쏙 빼먹었다.



텐션이 달라 텐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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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이제 불금(불타는 금요일) 따윈 없다. 열정이 사그라졌다.

금요일 약속들을 쳐내기 바빴다. 억지로 끌려나가는 도살장의 가축이었다.


금요일 저녁 6시, K는 지옥철을 뚫고 을지로로 향했다.

낯익은 곳.

K는 을지로에 도착하자마자 큰 한숨을 몇 번이나 내쉬었다.


왔네.

여길 왔네.

가자.

일단 가자.

가야지.


을지로는 매번 K와 L의 약속장소였다.

을지로4가역은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었기 때문이다.

K는 5호선, L은 2호선 근처에 각자의 회사가 있었다.

"서로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에서 보자"는 L의 말마따나 매번 각자 일터의 중간에서 만나는 곳.

이곳, 을지로는 구석구석 훤히 꿰뚫고 있기도 했다.


오늘은 대학 후배와의 술자리였다.

K는 대학 후배 3명(J, H, T)과 자주 술을 마셨다.

물론 스스로도 알았다.

밥 사주러 가는 선배에 불과하다는 걸.


하지만 10년 가까이 본 사람들이라 기꺼운 마음으로 밥을 샀다.

아무리 바빠도 분기에 한번은 꼭 보는 친한 모임이었으니까.


매번 모임 뒤 계산을 할 때마다 헤치운 술병 숫자에 놀라곤 했다.

매번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고 생각했다.

'다음엔 좀 적게 마셔야지' 다짐도 했다.


어쩌면, 오늘은 그 다짐을 어겨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필 을지로, 하필 오늘.


1차부터 술을 쏟아부었다. 술에 취할 정도였다.


계산해주세요.

얼마예요?

5만 원이요?

아니요 아니요.

저기 4명 테이블이요. 소주 8병.

네. 16만 원, 맞아요.

네. 감사합니다.

2차는 너네가 N빵 해.


헛소리하지 않도록 말을 평소보다 약간 더 조심했다.


J는 2차를 가자고 K를 붙잡았다.


"오빠. 2차로 치킨 먹자! 여기 옆에 골뱅이집 있거든? 태성골뱅이라고. 거기 치킨이 개~맛있어."

"골뱅이 집에 치킨?"

"아 진짜 한번만 믿어봐"

"ㅋㅋ그래. 가자."

"근데 오빠. 분위기 초치고 싶진 않은데, 요새 뭔 일 있어?"

"응? 왜?"

"아니 그냥."


J는 눈을 찌푸리며 K를 쳐다봤다. 그리곤 고개를 두어 번 까딱까딱했다


"묘~하게 텐션이 달라 텐션이."

"귀신이네, 귀신이야. 난 가끔 너가 신내림을 받았나 싶어"

"나 진짜 소질 있어"

"그걸 '소질'이라고 해? 신기(神氣) 뭐 그런 거라고 하지 않나?"

"소질이야. 그거. 신기 아니고. 뭐 재능일 수도 있고."

"큼큼. 그럼 J님. 저 좀 봐주실래요? 제가 복비 많~이 드릴게요"


J는 잠시 K를 쳐다봤다.


"여자 문제지?"

"아닌데?"

"맞는데?"

"ㅋㅋ 강요하는 거야?"

"왠 줄알아? 하... 일단 2차 가서 얘기해"


'오늘도 호구 잡혀서 2차도 계산하겠거니' 했다.



특권 혹은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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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한 치킨을 한입에 쏙 넣자마자 J의 시선이 느껴졌다. 먼저 입을 뗐다.


"아이... 진짜 아니야."

"오빠 생각해 봐. 당신은! 일이 힘들어도 이러진 않았어."

"이런 게 뭔데. 오늘은 이렇고, 지난번에는 저랬어?"


H가 흥미로운 듯 끼어들었다.

"맞아! 오늘 쫌 달라!"


J는 신난 듯 H와 손뼉을 짝짝 쳤다


J : "H아! 맞지? 쫌 다르다니까? 오빠. 여자들의 쎄~함이 있어.

K : "뭔데 그게"

J : "그런 게 있어."

K : "야. 넌 기자라는 애가 단 하나도 정확한 표현이 없다?ㅋㅋ 쎄~하고 뭐 이렇고 저렇고 그렇고"

J : "이거 봐봐! 이 사람 원래 이런 말도 안 해~ 근데 갑자기 존~X 심술이 났어. 왠 줄 알아?"

H : "왜?"

J : "잘 안 됐거든."


테이블에 앉은 K, H, J, T 모두 빵 터졌다.


K : "야, 그 쎄함 나도 좀 알고 싶다, 아주"

J : "또 또 또! H아 봤지?"

T : "형 원래 이런 말 자주 했어."

J : "뭐래~ 야! 아무것도 모르면 쫌 카만히 있어, 제발. 닥X고"


T가 K를 다시 빤히 쳐다봤다.


T : "형, 뭐 있어요?"

K : "없어. 미X놈아"

T : "아, 씨X 있네, 있어. 했네, 했어."


모두가 K의 입만 바라봤다. 참다 못한 H가 먼저 선수를 쳤다.


H : 뭐야? 누구야? 뭔데.

T : 너 알고 있었어? 너도? 나만 몰랐던 거야?

J : 닥X, 제발.

T : 형, 나한텐 왜 말 안 해줬어요?

H : 아무한테도 말 안 해줬어. 병X아

J : 쎄~하다 했다, 내가.

T : 뭔데 그게.


J는 잠시 멈추고 입을 뗐다.


특권이야. 여자들의. 저주일 수도 있고.


H : ㅋㅋㅋㅋ 맞아 맞아

T : 남자들의 특권도 있어!

J : 닥X라고 했지? 쏘주뼝으로 대가리 깨기 전에.

K : 하... 제발 술이나 좀 드세요들~?

T : 형, 지금 보니까 살이 좀 빠진 것 같애

K : 아후.. 진짜 지X들을 해라~ 너네는 인생에 도파민이 없어?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H : 찾았다, 내 도파민. 바로 K!


큰 소리로 K의 이름이 불리자 H, J, H는 모두 깔깔대며 박수를 쳤다.


K : 짠 해. 짠 해.

J : 짠~~해??? 짜아아아아~~~안~~~~해?? 어뜨케 ㅠㅠㅠㅠ

H : 와 라임 지렸다. 진짜. 짠하다 오빠 ㅠㅠ

T : 아, 이 형 진짜 뭐가 있나 보네.


모두 소맥을 한잔 쭉 들이켰다. 시원하고 씁쓸한데 달달한 소맥이 목구멍을 뚫었다.

하고 싶은 말과 하지 못하는 말이 소맥 한잔에 씻겨 내려갔다.


J는 입을 한 번 쓱 닦아내며 크게 숨을 한번 들이켰다.

그리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알코올을 꼭꼭 씹었다.

J가 K를 보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오빠. 다~ 지나간다~


K도 피식 웃으며 입을 쓱 닦아냈다. 그리곤 똑같이 어른스러운 말투로 J의 말을 따라했다.


다~ 지나간다~


K는 이 아픈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군인일 때보다 더 시간이 더 빨리 흐르길 바랬다.

고작 이틀.

누나를 못 본지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흘렀다.


'취몽재기'였다.



취몽재기

-

깨어 있다고 하는 사람은 취해 있고
취해 있다고 하는 사람은 깨어 있습니다.
병이 나았다는 사람은 병이 깊고
병이 깊다는 사람은 나을 기미가 있습니다.

자신을 짚어 아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잘못을 고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실화에 입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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