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실연수첩[2]
"어서오세요~"
"..."
할머니 약사는 웃는 얼굴로 반겼다.
"으디(어디)가 안 좋으셔??ㅎㅎ"
"...."
입을 떼지 못했다.
실연을 당한 다음날, 어떤 약부터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은 먹을 셈이었다.
다만 어떤 약부터 먹어야 하는지 정리가 안 됐을 뿐.
잠시간의 침묵을 뚫고 약사가 말했다.
"감기? 알레르기? 뭐예요?"
"힘들 때.. 힘들 때 먹는 약.. 그런 거 있나요?"
약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약사의 눈에 K가 비쳤다.
한 손엔 아이스아메리카노, 다른 한 손에 핸드폰을 쥐고 엉성하게 서 있는 모습이었다.
"포도당 캔디 괜찮아요. 힘들 때 이거 하나 먹으면 와따! 이거랑 박카스랑 같이 해서 드려볼게요~"
약사가 박카스를 꺼내려던 찰나. 불현듯 또다른 말을 내뱉었다.
"저.. 스트레스받아서 속 쓰릴 때 먹는 약도 같이 주세요."
약사는 피식 웃더니 이렇게 되받았다.
"커피 들고 속 쓰리시다고 하면 안 되죠! 하하하"
"아..."
한동안 얼빠진 표정으로 손에 들린 커피를 쳐다봤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며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했다.
컵에 송골송골 맺힌 이슬이 또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럼 그건 빼고 주세요.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K는 박카스와 포도당 캔디스틱을 들고 밖으로 후다닥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박카스를 한 입에 쭉 들이켰다.
딸깍. 꿀꺽꿀꺽.
괜찮아.
괜찮아.
박카스 먹었으니까.
이제 괜찮아.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18시 1분이 되자마자 얼른 일어나 바삐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회사 정문을 나오자마자 큰 한숨을 내쉬었다.
내뿜은 한숨만큼 신선한 공기가 폐까지 가득 들어찼다.
바람이 말을 걸었다.
10월이야. 와, 10월이야 벌써.
시간이 흘렀어.
시간은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야. 이렇게.
바람의 인사를 느끼며 회사 옆 샐러드 가게에 들어갔다. 키오스크를 뒤로한 채, 사장님을 불렀다.
그리곤 5천 원짜리 식권 2장을 자랑스레 내밀었다.
"들기름에 구운 야채샐러드 포장이요. 소스는 발사믹이요. 영수증 안 주셔도 돼요."
샐러드가 준비되는 동안 잠깐 테이블에 앉았다.
그제야 떠올렸다. 이제 L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습관처럼 오늘도 그 식당 그 메뉴를 시켰을 뿐이라는 걸, 이미 주문을 다 하고 나서야 깨달아버렸다.
차마 메뉴를 번복할 자신이 없었던 K는 핸드폰만 바라봤다.
열지 말자. 핸드폰 열어보지 말자.
카톡 안 와있어. 이미 나는 차였고, 더 이상 연락 올 일 없을 거야.
그럴 줄 알고 L 갠톡방은 '조용한 채팅방'에 보관해 놨잖아.
왜 흔들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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