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생각이 나를 바꾼다

by두유진

누군가를 돌보는 하루가 끝나면, 정작 내 마음을 돌볼 힘은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 〈뉴욕 영화관(New York Movie)〉, 1939.png에드워드 호퍼, 〈뉴욕 영화관(New York Movie)〉, 1939

아이에게는 다정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은데 마음은 벌써 지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스트레스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정말 병나는 건 아닐까?'

'나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에 약할까?'

그런데 어쩌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느끼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건강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의 TED 강연 「How to Make Stress Your Friend」를 보며 오래 품어온 생각 하나를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스크린샷 2026-10-13 082025.png켈리 맥고니걸의 TED 강연 장면

스트레스는 반드시 없애야 할 적일까요?


1. 두근거리는 심장은 나를 방해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면 심장이 빨리 뜁니다.

학부모 상담을 앞둔 교사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걱정하는 부모도 비슷한 긴장을 경험합니다.

그때 우리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떨리지?'

'이 정도 일에도 긴장하다니.'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자신의 부족함으로 해석하는 순간, 긴장 위에 또 다른 불안이 쌓입니다.

켈리 맥고니걸은 강연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이 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합니다.

약 3만 명의 미국 성인을 추적한 관찰연구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면서 그것이 건강에 해롭다고 믿는 집단에서 높은 사망위험이 관찰되었습니다.

물론 생각만 바꾸면 스트레스가 무해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 역시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있습니다.

같은 긴장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대신

'내 몸이 지금 중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구나.'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심장이 뛰는 것을 실패의 예고가 아니라 도전에 대응하는 몸의 준비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긴장이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긴장한 나를 비난하지 않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2. 스트레스는 내가 지키고 싶은 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의 작은 실수에 유난히 마음이 쓰이는 날이 있습니다.

수업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속상하고,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오래 남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두릅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그 감정 아래를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는 부모에게는 아이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수업 때문에 속상한 교사에게는 아이들에게 좋은 배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았다면 그 안에는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스트레스가 언제나 소중한 가치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당한 요구와 지나친 바카라임도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필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싶어서 이렇게 마음이 쓰일까?'

감정 뒤에 있는 욕구를 발견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조금씩 보입니다.

더 노력해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는 경계를 세워야 하는지.

감정을 이해하는 일은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3. 그림 속 고요한 순간에도 마음은 움직입니다

빈센트반고흐_영원의문.jpeg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턱에서(At Eternity's Gate)〉(1890)


빈센트 반 고흐의 〈영원의 문턱에서(At Eternity's Gate)〉(1890)를 떠올려 봅니다.

의자에 앉은 노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습니다.

고개는 깊이 숙여져 있고, 몸 전체에서 무거운 감정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이 인물을 보며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많이 지쳤구나.'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그림은 그가 왜 고개를 숙였는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두 말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한순간의 모습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하루가 힘들었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마음이 무너졌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그림 속 인물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많이 힘들었지요. 잠깐 쉬어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오늘의 나에게도 건넬 수 있을까요?

우리는 타인의 지친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지친 마음에는 얼마나 엄격한가요?


4. 혼자 견디는 것이 강한 것은 아닙니다


켈리 맥고니걸의 강연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부분은 스트레스와 슬롯적 연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도 관여합니다. 강연에서는 이 호르몬이 사람들과 연결되고 도움을 구하려는 반응과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소개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오히려 혼자가 되려고 합니다.

'이 정도는 내가 해결해야지.'

'다들 힘든데 나까지 힘들다고 할 수는 없지.'

부모와 교사는 특히 그렇습니다.

늘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역할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보는 사람에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교사에게는 자신의 어려움을 나눌 동료가 필요하고, 부모에게는 평가받지 않고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무능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관계는 내가 모든 것을 감당한 뒤에 누리는 보상이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 나를 지탱해 주는 힘입니다.

물론 연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와 지속적인 소진 앞에서는 휴식과 환경의 변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친구로 만든다는 말은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닙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아는 것 역시 회복의 능력입니다.


5. 스트레스가 없는 삶보다, 나를 잃지 않는 삶


저는 부모와 교사의 마음 회복을 이야기할 때 네 가지 단어를 떠올립니다.


READ, 내 감정을 읽는 것.

RESPECT, 그런 나를 비난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

RELATE, 혼자 감당하지 않고 관계 안에서 연결되는 것.

RECOVER,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스트레스를 없애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긴장하고 있다면 긴장하는 나를 인정하고, 지쳐 있다면 잠시 쉬어갈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감정을 이해하면 관계에서의 선택도 달라집니다.

관계가 조금씩 안정되면 아이의 행동과 학습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부모와 교사의 회복은 결국 아이의 성장과도 연결됩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져야 비로소 좋은 부모,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불편한 감정이 찾아오는 날에도 나를 이해하고 다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내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가입니다.

'왜 이것밖에 못 해?'라는 말 대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

그 작은 질문이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 | 스트레스를 만났을 때, 1분 멈춤

오늘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 손을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세 문장을 건네보세요.

"지금 나는 긴장하고 있구나."

"이 상황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은 무엇일까?"

답을 당장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에 질문을 건네는 1분도 회복의 시작입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앞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참고: Kelly McGonigal, 「How to Make Stress Your Friend」, TEDGlobal 2013. 본 글은 강연의 내용을 바탕으로 부모와 교사의 감정코칭 관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소개된 관찰연구는 스트레스에 대한 생각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를 확정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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