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슬롯에서 가장 강력한 평등의 약속 중 하나는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오랫동안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희망으로 여겨져 왔다. 태어난 환경이 다르고, 가진 것이 다르고, 부모의 배경이 다르더라도 교육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근대 슬롯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신화 중 하나였다. 교육은 신분제를 무너뜨리는 도구였고, 가난을 벗어나는 사다리였으며,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공간으로 여겨졌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교육을 평등의 상징처럼 생각해 왔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교육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현실을 직시해보면 우리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교육은 처음부터 평등한 제도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인간 슬롯에 존재하는 차이를 가장 오랫동안 반영하고 재생산해온 제도였고, 이것은 결코 교육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 슬롯의 본질적인 구조와 맞물린 문제인 것이다. 교육은 분명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진 출발점의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확대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도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학교라는 제도와 국가가 관리하는 공교육 체계는 인류 역사 전체의 흐름에서 보면 매우 최근에 등장한 발명품에 불과하다.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때까지 교육은 결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나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었다. 교육은 원래 개인과 가정, 그리고 공동체의 몫이었으며,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일은 사적인 영역에 속해 각 가문과 집단이 자신의 필요와 능력에 따라 바카라임지고 이어가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교육은 본질적으로 사교육이었고, 공교육이 먼저 존재한 후에 사교육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점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사교육’은 공교육이라는 국가 체계가 자리 잡은 뒤에 생겨난 개념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외에 추가로 받는 과외나 학원 수업을 의미하지만, 역사적 순서는 완전히 반대라는 것이다. 먼저 개인과 가정, 스승과 제자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수천 년 동안 이어졌고, 그 뒤에야 산업슬롯의 요구에 맞춰 국가가 교육에 개입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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