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사랑하는 삶으로 도피할 수 없어서
오븐의 유리창 너머로 레몬 파운드케이크가 노랗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버터와 설탕이 열기를 흠뻑 머금고 제 몸집을 팽팽하게 부풀려 터뜨리기 직전, 그 반죽 속에는 아주 작지만 분명한 꿈이 깃들어 있다.
디저트를 유난히 좋아해 덜컥 제과를 배우겠다고 나섰던 때가 있었다. 그저 달콤한 빵 냄새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는 낭만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매일같이 펄펄 끓는 오븐 앞에 서며 훔쳐본 파티시에의 현실은 결코 슈가 파우더처럼 달콤하거나 보송하지 않았다.
세상은 종종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무해하고 행복한 프레임을 씌우지만, 그 낭만을 지탱하는 건 언제나 묵직한 중노동과 다크 초콜릿보다 씁쓸한 타협의 연속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기꺼이 감내하며 버텨야만 한다는 뻔한 이치를, 나는 무거운 밀가루 포대를 나르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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