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주기
인간이라는 점이 진저리나게 싫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 세계의 축이 무너지는 것 같았던 사랑하는 이의 죽음조차 결국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굴레 안에서 무뎌져 간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입니다.
다신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던 선명한 비극도, 시간이 흐르면 기어코 상처 위로 진물이 흐르고 이내 딱지가 앉아 단단해집니다.
더 이상 예민하게 아파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둔감해지는 그 잔인한 치유의 과정을 속수무바카라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 그것은 고통보다 더 지독한 자괴감을 남기곤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울다 지쳐 앉은 식탁 위에서, 물에 아무렇게나 말은 밥에 엄마가 보내준 냉장고 속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김 몇 장을 꺼냈습니다.
한때는 바삭했을 김이 습기에 검게 절어 접시에 질척하게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잘 떨어지지 않는 그것을 억지로 떼어내 밥 위에 올리는데, 그 눅눅하고 질긴 감촉이 꼭 내 처지 같아 서글펐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켜놓은 티비 속 연예인의 시덥잖은 농담에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그 찰나 어두워진 화면에 비친 나의 웃는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그때 치밀어 오르던 스스로를 향한 혐오와 경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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