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나의 첫사랑에 관하여

(26.05.07)

by김옥미

나에게 첫사랑이란,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사건만은 아니었다. 세상 한 가운데 오래 홀로 서 있던 사람이, 드디어 누군가의 품에 가닿은 듯한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는 기대, 나도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얻을 수도 있다는 기적. 그 날 새벽, 나는 그와 만나게 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언제나 나의 훈장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든 데려가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함께 했다. 성실하고, 순하고, 착하고, 자상하고, 어른에게 살가웠던 사람. 그런 사람을 난 내 곁에 둔 적이 없다. 그런 마음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누려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소중했다. 나는 그를 연인일 뿐 아니라 나를 위한 울타리로 생각했다. 가족으로부터 나를 분리해줄 경계, 세상의 거센 바람을 잠시 막아줄 방패, 그리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안전지대.

나의 첫사랑이 시작된 순간은, 어쩌면 그를 사랑한다고 확신한 때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서, “이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하겠구나” 하고 느낀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감각. 그래서 그가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필요한 사람은 결코 버려지지 않을 것 같았으므로. 그 마음은 애처롭고도 오만하며 어리석은 마음이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버림 받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나를 새기려던 마음.

그런 마음 한 편, 한창 사랑하던 시절에 나는 그를 아이처럼 사랑했다. 해맑게 웃고, 솔직하게 기뻐하고, 같은 옷, 같은 신발, 같은 가방을 맞추며 둘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는 순간들을 즐거워했다. 누군가와 연애한다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그 모든 사소한 일들이 나에게는 눈부신 첫 장면이었다.

나는 그에게 선물하는 일을 좋아했다. 무엇이 필요할지, 무엇을 받으면 기뻐할지 생각했다. 편지와 글도 그랬다. 나는 정성을 담은 문장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싶었다. 나의 전부를 내어주면, 그도 언젠가 자신의 전부를 내어줄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게 나의 재주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자기 전, 혼자서 남몰래 울고 있지는 않은지 눈두덩이를 살피고, 먹고 싶다던 것을 기억해 새벽에 사 오고, 가족과 친척들에게 살갑게 대했다. 경제적으로도 나를 돌보려 애썼다. 스무살이 되어 내가 독립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그의 덕분이었다. 그는 다툼이 있어도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다정함으로 감싸려 했다. 내가 아이처럼 굴어도, 비이성적으로 화를 내도, 사랑을 시험하듯 몰아붙여도, 그는 가능한 한 견디고 품어주려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옥미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미투고발자이자 자살유가족, 자살생존자 그리고 정신질환자. 연극의 연출을 하고 대본을 쓰는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극단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대표.

14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단상 - 내가 듣고 싶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