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생일 파티

by최이삭


#31.


상은의 생일파티 날. 이날은 경숙 언니와 함께였다. 언니는 지난 몇 달간 슬롯 이슈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진으로 참여했는데, 촬영 중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짧게 인터뷰한 바 있었다. 당시 나에게 참사와 관련해 이것저것 물었던 게 기억이 났다. 이뿐 아니라 늘 세상 많은 일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 같이 가고 싶었다.


"언니야, 같이 갈래?" 했더니, 언니는 평소처럼 무심한 듯 쿨한 말투로 "그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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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 언니와 이대역에서 만나 함께 청년 문간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언니를 기다리며 역 안에 있는 꽃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쩜 꽃들은 예쁘기도 하면서 가지고 있는 꽃말도 이리 좋을 수 있을까. 이 꽃 저 꽃을 한참 고르며 보고 있는데 언니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곁에 왔다.


"왔어? 언니, 이 노란색 꽃이 좋을까. 아님 하얀색이랑 분홍색이 같이 있는 게 어울릴까."

"아님 아예 다발을 새로 만들까?"

"아니다. 저 꽃말도 너무 좋지 않아?" 자신이 추천을 해줘도 결정을 못하고

"이거는? 저거는?" 반복하는 나를 보며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야, 이 자식아. 됐어. 그냥 마음이 딱 가는 걸로 골라!” 그렇게 나는 보라색 스토크 꽃과 흰 백합 등이 어우러진 꽃다발을 하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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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문간으로 향하는 길. 길을 걷는데 언니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빈손으로 가기가 좀 그러네? 주스라도 하나 사갈까.. 가족분들 드시라고?"

"좋지!"


우리는 편의점으로 들렀다. 주스를 산다고 고르던 언니는 가족들이 일하시다 힘내면 좋겠다고 ‘비타 500’을 사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손에 선물을 하나씩 쥐고 생일파티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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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정문 좌측에 좁은 사잇길로 들어가서 구불구불 길을 따라가니 청년문간의 작은 문이 보였다. 문을 열자마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식당 안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문 앞에 멀뚱히 서 있는데 상은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아! 어서 오세요. 저기.. 상은 엄마!" 그가 뒤를 돌아보며 상은 엄마를 부른다.


손님으로 온 시민과 대화하던 상은 엄마가 돌아 나를 발견했다.


"어머! 혜정 씨 왔어? 잘 왔어."


나는 꽃다발을 내밀었다. "이거 상은 씨 생일 축하 선물이에요"


"어휴, 뭘 이런 걸 다 사 와"

그녀는 꽃다발을 받아 들어 옆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뒀다.


테이블엔 상은의 예쁜 사진과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 먼저 방문한 사람들이 두고 간 꽃다발과 선물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옆에 있던 경숙 언니도 '비타 500'을 수줍게 건네며 말했다.

"아, 더 사 올걸.. 이렇게 많이 계신지도 모르고, 이따가 쉬실 때 다 같이 나눠 드세요."

"어머, 이런 거 안 사 와도 되는데.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음료를 받아 든 상은 엄마가 멀리 빈 테이블 가리키며 우리를 안내했다.

"저기. 저쪽 빈 테이블 가서 김치찌개랑 밥이랑 먹어요. 먹고 싶은 만큼 많이, 많이 먹어요."


나와 경숙 언니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보라색 옷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보이고, 방송에서 본 아는 얼굴들도 보이고. 학생들도, 시민들도 많이 보였다.


잠시 그 얼굴들을 본다. 다들 즐겁게 웃으며 식사하고 있다. 한쪽에선 식사하고 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며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는 상은이네가 보인다. 아, 정말 너무나 특별한 생일파티다.


시끌벅적한 이 소음을 즐기며 경숙 언니와 나도 푸짐한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씩 뚝딱하고 먹었다.


'상은 씨 고마워.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아휴, 가시려고요?" 식사하던 상은의 아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많이 드셨어요?"

"네. 김치찌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악수를 하며 말했다.

"상은 씨 생일을 너무 축하합니다."


그때 손님을 배웅하고 상은 엄마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혜정 씨, 가게? 밥 맛있게 먹었어? 많이 먹었어?"

나와 경숙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가기 전에 우리 사진 한 장 찍자. 오늘 누가 오셨는지 두고두고 감사하고 보려고. 오신 분들 다 찍어서 남기는 거야."


상은 아빠와 상은 엄마 그리고 나와 경숙언니. 우리는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때 상은 엄마가 말했다.


"혜정 씨. 혜정 씨는 나에게 감동을 줬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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