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그릇을 담가놓지 않는다

작은 변화

by만석맘 지은

식사 후 남은 것


저녁 식사 시간에는 항상 아이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연예인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나는 귀담아듣는다. 아이 표정을 보며 학교에 적응은 잘하는지, 만나는 친구는 괜찮은지 살피곤 했다.

남편도 함께 식사한다. 보통 밥을 먹을 때 말이 없다.

대화에 끼지 않고 밥만 먹다가 아이들이 말을 걸면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남편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 부르면 벌써 식사를 마쳤다고 했다.

식탁에는 남편이 먹은 그릇이 그대로 남았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밥을 먹고 나면 식탁을 정리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편의 남겨진 그릇이 눈에 띄었다.
남편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왜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지 않을까.
나는 밥을 하고 식탁을 차렸다. 먹고 남은 그릇을 치우고, 남은 음식을 정리하고, 식탁을 닦았다. 설거지도 내 몫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식사를 마치면 각자 할 일을 찾았다.

나는 혼자 남아 식탁을 정리했다.


그래도 물 심부름은 아니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물 좀 갖다 줘.”
아직 식사를 덜 마친 남편이 식탁에 앉아 나에게 말했다.

냉장고까지 남편은 세 걸음, 나는 한 걸음 거리였다.

평소 같으면 갖다 주었다.

그런데 그날은 나와 남편이 마주 보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문득 내가 왜 물까지 가져다줘야 하나 싶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만석맘 지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지은의 온라인카지노입니다.

8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7화온라인카지노 공모전 정리로 이번주는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