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공덕, 여의도로 이어지는 외근길. 병원가기 귀찮아서 한 달을 끊었던 푸록틴을 다시 먹기 시작하며 두통이 따라온다. 무거운 가방처럼 두통을 지고 첫번째 미팅을 끝냈다. 국회의사당에 내리자 두번째 미팅까지 세시간이 남았다. 마침 동기가 소일거리를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내왔다. 바로 눈 앞에 스타벅스.
딱 점심시간이라 천장이 울리도록 씨끄러웠다. 2층 한복판 테이블에 앉아 베이글과 유자민트티를 주문하고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마침 안쪽 4인 테이블이 났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버렸다. 근데 고맙게도 바카라상 하나를 옆으로 슬쩍 밀어두어서 나도 안쪽에 앉을 수 있었다. 여신법 문제집을 풀고 있는 이름 모를 내 옆자리 당신, 고맙읍니다. 탁센을 한 알 털어넣었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고 요가 니드라 명상을 했다.
의식을 몸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고 살펴보았다. 내 몸이 여기에 있네. 내 몸이 왜 있지. 대체 내게 아프고 무거운 몸은 왜 있지, 언제부터 있었지? 몸이 뭘까. 몸은 내게 뭘 말하는 걸까. 이 몸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고 나와 함께 있을거라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다. 그림자를 의식하게 된 것처럼. 갑자기 어색하게 같이 있게 되었다. 그림자를 질질 끌고 다니는 것처럼, 생각으로 몸을 질질 끌고 다녔다. 생각은 물리적으로 뭔가를 바꿀 수 없으니 도구로써 몸을 챙겨다녔다.
물리적으로 뭔가를 해야할 때 말고는 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정말,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내 몸. 정신차리고 보니 몸은 항상 나랑 같이 다니고 있고. 정신은 약도 먹고 명상도 하며 돌보는데 몸은 있는줄도 몰라서 돌볼 줄 모르겠다. 정신의 부하, 정신의 도구. 가끔 아프고 고장나서 성가신 그 어떤 것.
내게 이 몸이 있다니. 어안이벙벙하다. 두통이 있던 자리에는 사실 몸이 있었다. 사람이 죽는다면 몸이 죽어서 죽는 걸까, 정신이 죽어서 죽는걸까. 두통이 사라졌고 몸이 남았다. 몸이랑 있는 시간이 어색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