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by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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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은 밤새 같은 자리에서 닫힌 채 있었다.


소선은 거실 불을 끄고도 한참을 서 있었다가, 결국 소파 끝에 앉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목 뒤가 뻐근했다. 벽시계 초침이 어제와 같은 속도로 방을 긁고 지나갔다. ‘착, 착.’ 소선은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숫자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시선 한쪽에서는 방문 아래의 가느다란 빛을 찾았다. 빛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문틈은 완전히 어둡고, 그 어둠이 더 단단해 보였다.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끓였다. 주전자 안쪽에서 금속이 데워지며 미세하게 울었다. 소선은 셔츠를 꺼냈다. 다리미판을 펴고, 다리미를 꽂았다. 전원이 들어오는 작은 불빛이 켜졌다. 그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손을 움직였다. 깃을 펼치고, 손바닥으로 주름을 먼저 눌러 펴고, 다리미를 천천히 밀었다. 천에서 나오는 열이 손가락 끝까지 번졌다. 다리미가 지나간 자리에서 천이 매끈해질수록, 어제의 거칠게 구겨진 종이 질감이 떠올랐다. 손끝에 묻었던 흑연, 종이에서 튀어나오던 파임의 촉감. 소선은 고개를 더 숙이고, 셔츠 단추 사이를 더 꼼꼼히 눌렀다.


식탁에는 물컵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유리컵이 닿으며 ‘딱’ 하고 가벼운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너무 또렷해 컵의 위치를 한 번 더 맞췄다. 컵 속 물이 흔들리며 가느다란 파문을 만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우유를 꺼내고, 식빵을 꺼냈다. 비닐을 벗길 때 나는 바스락 거림이 아침의 공기를 채웠다. 그는 일부러 소리를 만들었다. 소리가 있어야 집이 정상처럼 굴러가는 느낌이 났다.


서현의 방문 쪽에서 기척이 들렸다.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 문이 열리며 공기가 바뀌는 얇은 움직임. 소선은 그대로 부엌 조리대를 향해 섰다. 싱크대의 물기를 닦는 척 행주를 펴고, 접시를 한 번 더 닦았다. 물기 어린 도자기 표면이 미끄러워 손가락이 살짝 미끄러졌다. 그는 그 작은 미끄러짐을 붙잡듯 접시를 더 세게 쥐었다.


서현이 나왔다. 슬리퍼가 마루를 문지르는 소리. 어제보다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었다. 눈이 부어 있었다. 부은 눈 아래에 그림자처럼 어두운 선이 내려앉아 있었다. 소선은 그 선을 한 번 보고도, 그대로 조리대에 시선을 붙였다. “잘 잤니?”라는 말이 목에 닿았다가 내려가지 못했다. 대신 토스터기에 빵을 넣고 레버를 내렸다. 기계가 ‘툭’ 하고 걸리는 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서현은 식탁에 앉지 않았다. 물컵만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컵 가장자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손등을 적셨다. 서현은 수건을 찾지도 않고 손등을 바지에 문질렀다. 소선은 그 동작을 보며 입술을 움직였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혀는 입천장에 붙은 채였다.


현관으로 나갈 때, 소선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다. 어제 비뚤어져 있던 운동화 한 짝이 다시 똑바로 서 있었다. 그 정돈이 어딘가 불안했다. 서현은 고개를 숙인 채 신발 끈을 묶었다. 끈 끝이 손가락 사이에서 여러 번 미끄러졌다. 소선은 손을 뻗어 묶어주지 않았다. 손끝이 공기 속에서 멈춘 뒤,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금속이 차갑게 손끝에 걸렸다. 도착 알림음이 울렸고, 문이 열렸다. 안쪽 벽면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스테인리스였다. 두 사람의 모습이 한꺼번에 박혔다. 좁은 공간에서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 서현의 눈이 거울 속에서 소선을 향하는 것 같았다. 그 눈이 실제로 어디를 향하는지 확인하는 순간, 소선은 고개를 숙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의미 없는 숫자들이 떠올랐다. 일정 알림, 메시지 미리 보기, 배터리 잔량. 화면 위로 그의 숨이 닿아 김이 얇게 서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 김을 문지르며, 화면이 다시 선명해질 때까지 숫자만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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