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소리를 안 질러

by제니퍼 티


한 달이 지났다.

서영은 조직의 리듬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회의. 수요일 오후 점검. 금요일 짧은 회고. 그 사이에 메신저와 메일이 오갔다.

팀장은 보고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행 상황은 메신저에 한 줄이면 돼요."


처음에 서영은 믿지 않았다. 전 회사에서는 보고서가 실적이었다. 그 전 회사에서는 보고서가 생존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고서를 쓰지 않았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팀장의 회의는 짧았다.

안건을 말하고. 담당을 정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끝.

잡담이 없었다. 설교도 없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사람도 없었다.

서영이 아는 회의는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장황하게 설명하고. 누군가가 끊고. 누군가가 화를 내고. 결론은 안 나고. 다음 회의가 잡히고.

그게 회의였다. 여기는 달랐다.


차장이 옆자리였다.

말이 적었다. 업무 이야기 외에는 거의 말을 안 했다. 점심도 혼자 먹었다. 서영이 두 번째로 편하게 느낀 사람이었다. 한번은 차장이 메신저로 물었다.


"적응 잘 되세요?"

"네. 근데 좀 이상해요."

"뭐가요?"

"회의가 너무 짧아요."


차장이 웃는 이모지를 보냈다.


"팀장님이 원래 그래요."

"길어지면요?"

"안 길어져요."


3월이 됐다.


서영은 신규 앱 데이터 구조를 정리하고 있었다. 기존에 있던 문서가 거의 없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


빈칸이 보였다.


누가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도 안 만든 문서. 누가 확인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확인한 데이터. 누가 정리해야 하는데 아무도 시작 안 한 구조.

서영은 알았다. 이런 빈칸.

어디서든 있었다.


금요일 오후. 팀 회의.

팀장이 안건을 넘기고 있었다.

서영은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 팀장도 화면을 보고 있었다. 서로를 보지 않았다.

원래 그랬다.

팀장은 회의 중에 서영을 거의 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한테 질문하고. 다른 사람한테 확인하고. 서영 쪽은 지나갔다. 처음에는 신경 쓰였다.


무시하는 건가. 신뢰가 없는 건가. 아직 검증 중인 건가.

한 달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맡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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