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이 쉬어 갑니다
우리는 누군가 힘들어하면 자꾸 뭔가를 해주려 합니다. 기운을 되찾게 하려고 즐거운 방법을 궁리합니다. 어떻게든 상대가 전보다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애를 씁니다. 마치 꺼져가는 불을 서둘러 끄려는 사람처럼 말이지요.
상대를 위하는 그 마음은 분명 다정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더 깊은 한숨만 남길 때도 있습니다.
그림바카라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은?》 속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그늘 아래 홀로 누워 있는 코끼리가 안쓰러워 저마다 자신이 아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코끼리를 즐겁게 해주려 합니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웃긴 춤을 추고, 선물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코끼리는 침묵하며 몸을 돌려 한숨만 내쉴 뿐입니다.
우리 역시 코끼리의 친구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슬픔을 꼭 없애야 할 괴물처럼 여기며 서둘러 일으키려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설명할 수도 없고, 이유조차 알 수 없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해결바카라을 내놓기보다 그저 함께 머물러 주는 일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김사인 시인의 시 「조용한 일」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시 속의 낙엽처럼, 어떤 존재는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억지로 웃게 하지 않아도, 조언하지 않아도, 애써 밖으로 끌어내지 않아도 말이지요.
친구들이 떠난 뒤,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코끼리 곁에 다가옵니다. 생쥐는 코끼리를 웃게 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털어놓습니다. 하루 종일 잃어버린 열쇠를 찾다가 길까지 잃어버렸다고요.
코끼리는 생쥐의 마음을 헤아리며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숨처럼 말합니다.
“너도 힘들겠구나.”
그 말끝에 코끼리는 울기 시작하고, 우는 코끼리를 본 생쥐도 함께 울음을 터뜨립니다. 누구도 상대를 고치려 하지 않고, 누구도 괜찮은 척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코끼리는 천천히 그늘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같이 가자. 달이 집으로 가는 길을 밝혀 줄 거야.”
코끼리 머리에 올라탄 생쥐가 밤길을 걸으며 묻습니다.
“가는 동안 네 이야기를 해줄래? 듣고 싶어.”
그제야 코끼리가 입을 엽니다.
“그래, 나는….”
둘이 걸어가는 길 위로, 잃어버렸던 생쥐의 열쇠가 달빛과 포개져 하나처럼 보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 속에서 외롭고 슬픈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지요.
김사인 시인의 시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속도대로 슬픔이 지나가도록 가만히 자리를 내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 명상]
누군가를 서둘러 일으키기보다, 그 마음 곁에 잠시 함께 머물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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