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낯선 문자를 받고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지다

by정숙진

"____가 오늘 12시 30분에 6lb 12.5oz로 태어났어요. 오랜 진통으로 고생했지만 다들 건강해요."


내 휴대폰으로 들어온 문자다. 6lb 12.5oz는 신생아의 무게를 가리키며 약 3kg 정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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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연락인 듯했다.


즉시 축하의 답장을 하고 나도 덩달아 기뻐해줘야 할 테지만, 내게 드는 감정은 당혹감 그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공포감에 더 가까웠을지도.


일단 모르는 번호다.


발신자는 물론 수신자의 이름도 안 넣고 메시지를 작성한 형태로 보아하니 단체로 보낸 문자다. 이 정도면 아이의 탄생을 여러 지인에게 동시에 알리는 방식으로는 충분하다. 혼란과 고통, 피로 속에서 탄생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아닌가.


문제는, 나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는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 위 사람을 전혀 모르는 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걸 보면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이리라.


이런 결론에 다다르자 공포감이 엄습하며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주변에...

임산부 혹은 예비 아버지가 누가 있더라?


지인이 출산을 하는데도 모르고 있다니 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여겨졌다.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었다니.


하지만, 아무리 자바카라하고 또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누가 출산한 건지 혹은 애 아버지가 누군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문자에 찍힌 아기 이름에 성 (Family name)이 있긴 했지만 이것마저도 생소했다. 그래도, First name만 알고 지내는 이도 있지 않겠는가.


참...

남편 동료의 아내가 임신을 했다고 했지...


하지만...

거긴, 예정일까지 5개월이나 남은 걸로 아는데...

벌써 출산했다면, 그것도 3kg의 무게로 태어났다면 그건 의료계 기적이다.


아니지...

내가 예정일을 잘못 알 수도 있고...


아니다...

남편 친구니 내가 아닌 남편에게 연락했을 텐데...


이런 복잡한 생각과 갈등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10년 전의 일이다.


주변에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마흔 초, 중반이므로 임신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출산보다는 자녀의 입학이나 대회 입상 등의 소식을 주로 들려주는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이라면 아마 손주의 탄생을 알리는 문자가 더 자연스럽겠지.


당시,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던 나는 재빨리 주소록 파일을 열었다. 휴대폰에는 저장하지 않더라도 나와 연락처를 교환한 사람이라면 그 내역이 기록되어 있어서다. 이들 중 특히 영국에서 알고 지낸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검토했다.


다행히, 한국인은 검색에서 제외하면 될 일이다. 한국인이라도 영국에 사니 영어로 문자를 보낼 수 있지만 아이의 이름도 성도 모두 영국식이요, 무엇보다 파운드와 온스까지 영국식 무게 단위를 쓴다면 이들이 보냈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또 깊이 고민해 봐도...

이들 중 출산 소식을 내게 전할 만한 이는 없었다.

과거에 임신 소식을 전한 이도 없었다.


그럼...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잘못 보낸 문자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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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그런데 번호 잘못 보내신 것 같네요."



우연히 이 캡처 화면을 최근 열어보게 되면서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는 사뭇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 어쩌면 나와 단 한 번 마주친 사람인데 내 번호를 저장해 뒀다가 단체 문자로 연락했을 수도 있잖아.

- '혹시 누구신지?'라는 질문을 곁들였으면 좋지 않았으려나?

- 이왕, 모르는 사람의 문자에 답하는 거라면 그것도 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라면 좀 더 따뜻한 글로 전할 걸 그랬나?


낯선 이의 문자를 받고 5분 정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당혹감에 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땐 왜 그랬나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면서도, 여전히 소심한 내 성격은 10년이나 지난 일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남긴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을 '____'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길 바랄 뿐이다.


끝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