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되다

인희의 첫 등교

by양다경

그렇게 인희의 학교 갈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었다.

동숙은 인희의 교복을 몇 번이고 살펴보더니 정성스럽게 다려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그러고도 모자란 지 옷깃을 다시 펴고, 소매를 한번 털고, 또 털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시 한번 털었다.

한편 현광은 인희의 등굣길에 동행하기로 한 뒤부터 괜히 마음이 바빴다.

아침부터 머리를 빗고, 정장을 꺼내 빳빳하게 다려놓았다.

거울 앞에 선 그는 옷매무새를 몇 번이나 확인하더니,

“흠.”

괜히 어깨를 펴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합!”

누가 보면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아니라 본인이 시험을 보러 가는 줄 알 정도였다.

인희는 가방을 열어 문구류가 제대로 들어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했다.

연필, 지우개, 공바카라.

그리고 다시 확인했다.

“다 들어갔나?”

한 번 더 확인했다.

“이것도 있어야 하나?”

결국 가방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던 인희는 동숙이 걸어놓은 교복 앞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교복을 가져와 몸에 걸쳤다.

거울 앞에 선 순간, 인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자신도 학생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설레는 마음과 달리 밤은 쉽사리 지나가지 않았다.

인희는 어젯밤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학교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다려온 순간이었지만, 막상 내일이 다가오자 긴장도 됐다.

마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설렘 속에서도 가끔 이유 모를 불안이 스쳤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미로에 홀로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럴 때면 식은땀이 흘렀지만, 잠시 후면 다시 괜찮아졌다.

그래도 학교에 간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인희에게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었다.

한때는 당연하게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이제야 다시 손에 넣은,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었다.

‘어젯밤 불안은 그냥 악몽이었을 거야.’

인희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드디어.

파란 고등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밝았다.

현광은 인희와 나란히 걸으며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옛날 학부모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인희보다 현광의 표정이 더 굳어 있었다.

인희는 가방을 둘러메고 가볍게 걸었다.

머릿속에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친구들은 어떤 애들일까?’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줄까?’

‘내가 조금만 웃으면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쩌면 오늘 하루쯤은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달콤한 상상에 빠지자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인희야, 천천히 가.”

현광이 뒤에서 따라오며 말했다.

하지만 인희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 문을 넘어섰다.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면서 인희의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인희가 작게 중얼거렸다.

“아… 나의 학교.”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에도 자꾸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실.

게시판.

지나가는 학생들.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교무실 앞에 도착했다.

현광의 발걸음이 멈췄다.

괜히 옷매무새를 다시 확인했다.

인희도 긴장한 얼굴로 현광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응?”

“왜 그렇게 긴장했어요?”

“내가?”

현광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목을 가다듬었다.

“허허. 내가 뭘 긴장해.”

그러면서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인희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인희와 현광이 안으로 들어섰다.

현광은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혹시라도 인희가 어색해하지 않을까.

혹시 누군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아! 인희 학생이죠?”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예상과 달리 선생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한 얼굴로 인희를 맞이했다.

현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희 역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학교에 온 걸 정말 환영해요.”

그 순간 인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어쩌면 오늘은—

정말 좋은 하루가 될지도 몰랐다.

“네, 어서 오세요. 딱 봐도 알겠네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이미 인희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제야 인희는 갑자기 쑥스러워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학교를 걸어오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두 손을 살짝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수줍은 목소리였지만 인사는 아주 정중했다.

그 뒤에 서 있던 현광은 더 어색했다.

쭈뼛쭈뼛.

교무실에 들어온 뒤로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 몰라 계속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그때 한 교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희의 담임을 맡게 된 정다운이었다.

“서인희 학생이군요.”

다운은 반갑게 웃으며 인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희의 등을 살짝 밀며 자신의 자리 쪽으로 데려갔다.

“여기 앉아요.”

그러더니 현광을 향해 손짓했다.

“아버님도 이리 오셔서 앉으세요.”

“아… 예.”

현광은 얼떨결에 의자에 앉았다.

다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인희 옆자리에 앉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정다운은 철규에게 이미 인희에 대한 이야기를 꽤 자세하게 들었다.

인희가 일시적인 기억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

자신이 주부였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아팠던 기간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몇 살 많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것.


그러니 선생님도 인희를 특별하게 대하지 말고, 편안하게 학생으로 대해 달라는 것이 철규의 부탁이었다.


정다운은 철규가 직접 찾아와 신신당부한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숙지한 듯했다.


문제는…… 너무 숙지한 나머지 본인까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희를 바라보는 다운의 이마에는 어느새 현광과 똑같이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다운은 손등으로 이마를 한 번 쓱 닦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한쪽에 놓인 음료수를 가져왔다.


오렌지 주스였다.


‘어젯밤에 마신 술이 아직 덜 깼나?’


다운은 종이컵에 주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손이 벌벌 떨렸다.


쪼르르.


주스가 컵 가장자리를 위태롭게 넘나들었다.


다운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


현광이 그 모습을 힐끗 바라봤다.


다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주스가 담긴 컵을 인희와 현광에게 건넸다.


“자, 마셔요.”


그리고 자신의 컵에도 주스를 가득 따랐다.


잠시 후 다운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음…… 보자.”


다운은 바카라상 위에 준비해 둔 바카라들을 뒤적였다.


“인희 학생 바카라은 전학 간 학생이 있어서 챙겨놨어요. 이 바카라으로 공부하면 되겠어요. 그리고 체육복도 여기 있고.”


다운은 체육복을 들어 보였다.


“남이 쓰던 거라 좀 그렇겠지만 깨끗하니까 괜찮을 거예요.”


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운은 다시 한번 이마를 닦았다.


“고3 마지막이라 공부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따라오면 돼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말을 마친 다운은 특유의 뾰족한 앞머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인희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네, 선생님. 전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열심히 할게요. 걱정 마세요.”


인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현광의 말문이 터졌다.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고개를 꾸벅.


“제가 원래 이 고장 토박이거든요.”


또 꾸벅.


“여기서 제가 아주 오래 살았습니다. 이 근방은 제가 모르는 데가 없어요.”


처음에는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가 십 분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인희는 그런 현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정다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허허.”


“제가 젊었을 때는 말입니다.”


“허허.”


“이 동네가 지금 하고는 완전히 달랐어요.”


“허허허…”


다운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현광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나이도, 직바카라도, 장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침내 다운은 현광의 이야기가 잠시 끊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죠.”


다운은 재빨리 화제를 인희에게 돌렸다.


“서인희 학생은 아무래도 반 친구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으니까, 언니나 누나처럼 먼저 다가가 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현광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직 인희만 바라봤다.


“그러면 아이들도 금방 마음을 열 거예요. 우리 반 아이들이 하나같이 착하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지내도록 해요.”


다운은 같은 말을 한번 더 강조했다.


“알겠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희가 힘차게 대답했다.


“네, 선생님!”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현광이 살짝 놀랄 정도였다.


인희는 벌써부터 학교생활이 기대되는지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광은 얼떨결에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한 모금이 아니라 거의 벌컥 들이켰다.


그제야 다운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 그럼 학교생활에 필요한 건 대충 설명한 것 같으니 이제 슬슬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인희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광도 그제야 자신이 붙잡고 있던 이야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 예. 선생님, 이제 가보겠습니다. 정말 잘 부탁합니다.”


현광은 다시 한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인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인희야, 잘해!”


“네, 아버지!”


짧은 인사를 남긴 현광은 교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인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교무실 밖으로 나온 현광의 얼굴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달랐다.


그는 복도에 서서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큰소리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이거 참…”


그때였다.


복도 한쪽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아버님.”


“헉!”


현광이 화들짝 놀랐다.


“자, 자네였나?”


철규였다.


현광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철규를 바라봤다.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내가 인희를 학교에 보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현광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다시 이 나이에 학부형이 되다니… 나 원 참. 우습지도 않아.”


철규는 조용히 현광의 말을 들었다.


“아버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인희가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울 겁니다.”


철규는 교무실 안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얽혀 있던 마음의 늪에서도, 언젠가는 보란 듯이 빠져나올 거예요.”


현광은 잠시 말없이 철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래야지.”


현광은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그래야지. 자네가 참 수고가 많네.”


그 순간 현광의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다.


“어?”


몸이 휘청하자 철규가 재빨리 팔을 내밀었다.


“아버님!”


“괜찮아. 괜찮아.”


현광은 손을 내저으며 철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몇 번 가볍게 토닥였다.


“괜찮네.”


현광은 다시 교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지금 인희가 있었다.


무슨 행동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인희.


하지만 철규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기다려주고 있었다.


현광은 그런 철규가 새삼 고마웠다.


자신조차 어디로 튈지 몰라 걱정되는 인희를,


철규는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고 있었다.


현광은 철규의 어깨를 한 번 더 토닥였다.


“자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철규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

현광이 교무실을 나간 뒤, 인희는 다운의 설명을 들으며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수첩에 꼼꼼하게 적었다.


“교무실은 이제 알겠고, 보건실은 일단 나가서 말해줄게요.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부지런히 메모했다.


마치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기 위한 안내서를 만드는 사람 같았다.


설명을 마친 다운이 교무실 문을 열었다.


“그럼 이제 교실로 가볼까요?”


“네!”


인희도 곧바로 따라나섰다.


다운이 앞장선다.


복도를 몇 걸음 걷고 계단을 올라가니 3학년 교실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거 내 거라고!”


“아니라니까!”


“조용히 좀 해!”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복도까지 쏟아져 나왔다.


인희는 순간 걸음을 늦췄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인희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괜찮아.’


괜한 생각을 하지 말자.


지금은 학교에 왔다.


그것만 생각하면 됐다.


인희는 마음을 다잡으며 머리를 높이 쓸어 올려 묶었다.


그 모습을 본 다운의 눈에는 어딘가 귀엽게 보였다.


‘참 개성이 있으신 분이네.’


마치 새 학교에 처음 온 어린 여학생처럼 머리를 한껏 올려 묶은 모습이 조금은 우스우면서도 귀여웠다.


다운은 피식 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마침내 3학년 2반 앞에 도착했다.


다운이 교실 문을 열었다.


“자, 얘들아.”


교실 안으로 들어선 다운의 뒤를 따라 인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이었다.


떠들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인희에게 꽂혔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자, 자. 집중하고.”


다운이 손뼉을 한 번 쳤다.


“우리 반에 새로운 학생이 왔어요.”


방금 전까지 팔팔 뛰던 교실에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교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떠들던 아이들도 입을 다물었다.


바카라상에 엎드려 한쪽 팔을 베고 잠들어 있던 학생들까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한 학생의 시선이 유난히 인희에게 오래 머물렀다.


강경준이었다.


경준은 인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사람이… 서인희?’


자신과 채팅을 하며 고3이라고 말했던 사람.


경준은 그동안 인희가 어떤 모습일지 여러 번 상상했었다.


처음에는 막연했다.


하얗고 여린 얼굴에 마른 체형의, 어딘가 청초한 여학생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인희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오히려 상상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인지 지금 눈앞에 선 인희가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어딘가 익숙했다.


경준의 검은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이상하네.’


실망할 줄 알았다.


채팅으로만 알던 사람이 실제로 나타났으니 괜히 마음이 식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였다.


묘하게 친근감이 더했다.


경준은 그 이유를 애써 찾았다.


‘아마 채팅을 오래 해서 그런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얼굴을 보는 순간에도 낯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교복이 제법 잘 어울렸다.


머리를 묶은 모습 때문인지, 환하게 빛나는 눈 때문인지 순간적으로 소녀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경준은 자신도 모르게 인희를 조금 더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참… 동안이시구나.’


그때 다운이 손뼉을 쳤다.


“자, 자! 이제 집중하자.”


아이들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향했다.


다운은 교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새로운 전학생이 왔어요. 너희들도 잘 알겠지만, 새로 온 학생에게는 따뜻하게 대해줘야겠지?”


교실 곳곳에서 아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학교 교훈처럼 포용과 관용, 그게 기본적인 인성이니까. 알겠지요?”


다운은 한 번 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한 말 잘 기억하고, 모두 바른 행동을 하도록 해.”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인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다운이 미소를 지었다.


“서인희 학생. 자기소개 한번 해볼래요?”


“네!”


다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인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망설임이라고는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 온 순간이라도 되는 듯, 인희는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너희들을 빨리 만나고 싶었어.”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반가운 마음이 묻어났다.


“정말 반가워. 난 서인희야. 앞으로 잘 지내자!”


마지막 말은 거의 외침에 가까웠다.


그런데—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인희의 당당한 자기소개가 오히려 교실을 얼어붙게 만든 모양이었다.


다운도 순간 굳어졌다.


‘이걸… 어떻게 하지?’


그때였다.


짝짝 짝짝!


갑자기 박수 소리가 터졌다.


강경준이었다.


경준은 마치 자신이 오늘의 분위기 담당이라도 맡은 사람처럼 힘차게 박수를 쳤다.


“환영해!”


그러다 자신의 말이 조금 이상했는지 급히 말을 바꿨다.


“아니, 환영해요!”


그제야 아이들도 하나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환영해요!”


“환영해!”


조금 어색했지만 분명한 환영이었다.


인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다운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괜히 아이들이 인희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그렇게 지내면 되는 일이었다.


다운은 곧바로 인희에게 손짓했다.


“인희 학생, 저쪽 자리로 가면 돼요.”


교실 맨 뒤쪽.


최정민의 옆자리였다.


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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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