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다고 죽지 않아!

기억을 새롭게! 다시!

by어모쌤 손정화

대학원에서 심리치료교육 전공을 했다. 처음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에는 학부 전공과 같은 유아교육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유아교육 전공 지원은 몇 번을 해도 계속 떨어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전공을 바꿔서 지원을 했다. 유아교육이 아니라면 어떤 전공을 해야 할까 선택할 때 상담 쪽 전공이 생각났다. 상담심리 전공을 지원했는데 면접을 보면서 교수님 권유로 심리치료교육으로 전공을 바꿨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과정인데 상담심리 전공은 상담교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알고 지원한 거였는데 교수님께서 정말 상담 공부를 하고 싶으면 심리치료교육으로 전공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상담교사가 될 기회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줄 모르고 전공을 바꿨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교수님이 권유를 하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고 믿었다. 지금도 믿고 있고, 앞으로도 믿을 것이다.


대학원 첫 수업 시간에 나는 알았다. 내가 상담료도 내지 않고 상담을 받았고, 그래서 불안으로 인해서 오는 모든 것들이 고쳐졌다는 것을...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에는 처음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쓸 때 나를 꾹 누르면 유아교육,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미리 알려주고 얘기하려고 한다.


상담사가 하는 일, 상담사가 상담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을 듣는데 '어? 이거 내가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내게 해 주신 건데?' 하는 생각이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확고해졌다. 너무나 신기했다. 내가 그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겨내고 있고,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를 떠올리며 엄습하는 두려움을 몰아내는데 이걸 상담사가 해주는 거라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다. 상담사가 내담자를 대하며 상담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질문과 여러 방법들이 왜 내담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설명이 되는 부분에서는 그럼 이게 하나님께서 신비하게 나를 고쳐주신 것이 아니라 그런 이유로 내가 고쳐질 수 있었다는 말인가? 하는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서 이후로 수업을 들을 때에는 마음이 복잡하기까지 했다. 사람은 유한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무한하시고, 전지전능하시다. 하나님이 하신 일인데 거기에 법칙이 끼어드니 자꾸 유한해지는 것 같아 다시 원상태로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겁이 덜컥 났다.


어느 날 말씀을 듣는데 내가 왜 갇힌 것 같고,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불안이 확 올라오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토할 것 같고, 앞이 캄캄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하나님을 오해했던 나를 발견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는데 놀랍게도 한 편에서는 어린 날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빠는 밤늦게 술 한잔하고 들어오신 날이면 곤히 자고 있는 우리들을 이불 안에 가두셨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두었다고 했는데 마치 어부가 물고기를 그물로 잡듯이 이불을 펼쳐 우리를 위에서 덮치셨다. 우리는 곤히 자다가도 깜짝 놀라 잡히지 않으려고 빠르게 기어 나왔는데 발이라도 잡히면 꼼짝 못 하고 다시 잡혀 들어갔다. 커다랗고 무서운 두 다리로 이불이 들쳐지지 않게 누르시며 껄껄 웃으셨다. 이불 안에서 나와 넷째는 생사를 오갔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 순간이 몇 차례 지나야 만 아빠는 우리를 이불에서 나올 수 있게 해 주셨다. 이불 안에서는 악을 지르며 울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고 있는데 밖에서는 아빠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필사적인 구출 시도도 들렸다.


"아야 아그들 숨 넘어간다니까"


아빠 다리가 잠깐 들렀다가 다시 내려왔다. 이불 어디에도 빛은 들어오지 않았고, 설상가상 겨울이라면 우리는 두꺼운 이불에 갇혀 숨을 꼴깍거렸다.


갑자기 떠오른 어린 날의 공포스러웠던 순간에 미처 알지 못했던 한 장면이 더해졌다. 분명 같은 처지인데 내 바로 밑 동생은 그 이불속에서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었다. 재미있으니 더 해달라고 하는 것 같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소리에 아빠는 더 크게 껄껄 웃으셨다. 나는 죽을 것 같은데 동생은 재미있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아빠는 우리와 놀아주신 거였구나!'


죽을 것만 같았고, 공포스러웠는데...

정말 잠깐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인데...

아빠는 어린 딸들과 놀아주신 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너무나 선명하게 생각난다. 내가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 죽는구나!'


죽을 것 같은 공포였다. 죽음 직전에 나올 수 있었다. 항상 숨이 꼴까닥 넘어가는 순간 엄마가 아빠를 가까스로 밀치고 우리를 꺼내주셨다. 그럼 밖으로 나와 팔딱팔딱 뛰며 숨을 깔딱 거리며 숨 넘어가는 울음을 울었다.

그런 우리를 보시며 아빠는 껄껄 웃으셨다.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놀아주신 것이라는 생각은 작은 변화가 아니었다. 나는 그날 하나님을 오해했어요라고 회개하며 기도했던 것처럼 아빠를 오해했어요 하며 회개 기도를 했다. 아빠가 우리를 사랑해서 놀아주신 것인데 동생처럼 까르르 웃으며 아빠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인데 내가 그런 아빠를 나쁘게만 생각해서 죽을까 봐 그 속에서 난리를 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아빠에게 죄송했다. 그리고 그 기도로 내 어린 시절부터 그 순간까지의 모든 겁에 질려 파랗게 질렸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모두 다시 새롭게 세팅되었다.


'그렇게 한다고 죽지 않아!'


이름은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는데 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에 잡히면 제 성질에 못 이겨 팔딱팔딱 뛰다가 더 빨리 죽는다는 물고기가 있다고 들었다. 아빠가 딸들이 죽을 만큼 이불을 꼼짝 못 하게 덮으셨을 리 없다. 그 안에서 분명 셋째는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좋아했다. 바늘에 찔렸다고 죽지 않는다. 화장실 문이 안 열려 잠깐 갇혔다고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너무 많은 순간들이 지나갔다.


그렇게 기억을 다시 맞추고 난 후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몸이 그 순간을 죽음의 공포로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알려주었다.


'죽지 않아!'

'별일 없을 거야!'

'큰 일 일어나지 않아!'

'기다리면 돼!'

'할 수 있어!'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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