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AI 혁신이 바꾼 패션 리테일의 Customer Journey

byAI혁신연구소 김혜경

온라인 발견 → 오프라인 경험 → AI 중개로, AI 혁신이 바꾼 패션 리테일의 Customer Journey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을 강화하고, 매장이 온라인 데이터를 활용하며, AI가 새로운 쇼핑 진입점이 되는 지금, 패션 리테일의 Buying은 더 이상 채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의 전체 여정을 연결하는 AI 브랜딩 전략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온라인 쇼핑이 이렇게 편리해진 시대에, ASOS는 왜 굳이 고객을 현실의 공간으로 불러냈을까?
이 질문이 지금 패션 리테일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잘 보여준다.


온라인에서 태어난 패션 리테일러가 고객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불러냈다


2026년 2월, ASOS는 런던 블룸즈버리에 'House of Face + Body'라는 몰입형 팝업을 열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던 뷰티 상품을 실제 공간에 펼쳐놓고 고객이 직접 바르고, 향을 맡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도록 만든 행사였다. LANEIGE의 스킨케어 체험, KIKO Milano의 립 컬러 매칭, Marc Jacobs 향수 체험처럼 화면만으로는 완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감각적 요소를 오프라인 공간 안으로 끌어들였다. ASOS는 이 팝업을 고객의 discovery, trial, engagement를 강화하는 공간으로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이 팝업의 중심에는 K-Beauty도 있었다. ASOS는 Korean Beauty 카테고리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히며 LANEIGE를 비롯한 한국 브랜드를 확대했다. 최근에는 30개 이상의 신규 뷰티 브랜드도 추가했다. 온라인과 소셜에서 빠르게 발견되고 확산된 K-Beauty 트렌드가 다시 오프라인의 체험으로 확장된 셈이다.


디지털은 매장을 없애지 않았다


한동안 온라인이 성장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의 쇼핑 행동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McKinsey는 2025년 패션산업 분석에서 오늘날 구매의 약 70%가 디지털의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상품을 처음 발견하는 지점은 이미 온라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75%의 소비자는 매장 직원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은 뒤 더 많이 지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두 숫자를 함께 보면 패션 리테일의 현재가 보인다.


온라인은 상품을 발견하고, 검색하고, 비교하는 공간으로 강해졌다. 그러나 구매의 확신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McKinsey의 Gemma D'Auria는 매장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처럼 많은 재고를 쌓아놓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상품을 보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은 매장을 없애지 않았다.
디지털은 매장이 해야 할 일을 바꾸었다.


온라인에서는 지나쳤을 옷을 매장에서는 사게 되는 이유

— Human Edge가 살아나는 순간


같은 McKinsey 인터뷰에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진행자인 Lucia Rahilly는 뉴욕 디자이너 Rachel Comey 매장을 자주 방문한다고 이야기한다. 매번 옷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인다. 그러면 매장 직원이 자신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옷을 권한다. 직접 입어보면 생각이 바뀌고, 결국 하나쯤 구매해서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온라인에는 훨씬 더 많은 상품이 있다. 추천 알고리즘도 "당신을 위한 상품"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좋은 매장 직원은 조금 다른 역할을 한다.
고객을 보고, 대화하고, 스타일과 맥락을 읽은 뒤
"평소에는 안 고르실 것 같지만 한번 입어보세요."
라고 제안한다.
그 순간 고객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을 발견한다.
상품 발견 → 사람의 제안 → 피팅 → 확신 → 구매.
이 과정에서 매장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 진열이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그 선택에 확신을 주는 경험이다. 이것이 Human Edge(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개인화된 조언, 예상을 뛰어넘는 제안)가 매장에서 살아나는 순간이다.
패션에서 매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고객은 어디에서 쇼핑한 것일까


한 고객이 인스타그램에서 재킷을 발견했다고 해보자.
플랫폼에 들어가 가격과 리뷰를 확인한다. 퇴근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본다. 집에 돌아와 브랜드 앱에서 주문한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다음 날 가까운 매장에서 반품한다.
그렇다면 이 고객은 어디에서 쇼핑한 것일까.
인스타그램인가.
플랫폼인가.
오프라인 매장인가.
브랜드 앱인가.
기업에게는 서로 다른 채널이다. 조직도도 다르고, KPI도 다르고, 담당 부서도 다르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아니다.
고객은 채널을 이동하지만 쇼핑을 새로 시작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Shopping Journey이다.
이것이 Omnichannel(옴니채널)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옴니채널은 온라인몰도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한다는 뜻이 아니다. 고객이 어디에서 발견하고, 비교하고, 경험하고, 구매하고, 반품하든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되는 것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무신사가 채널의 경계를 빠르게 지우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출발한 무신사의 최근 움직임에서도 같은 변화를 볼 수 있다.
2026년 문을 연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는 매장 상품에 부착된 QR을 스캔하면 온라인 회원가격, 실시간 재고, 리뷰와 스타일 콘텐츠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무신사는 이를 O4O(Online for Offline)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고객은 분명 오프라인 매장에 서 있다.
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의 가격을 보고, 리뷰를 읽고, 재고를 확인하고, 스타일 콘텐츠까지 탐색한다.
즉,
Physical Store + Platform Data + Content
가 한 화면처럼 연결된 것이다.
이쯤 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운데 어디에서 쇼핑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진다.
더 흥미로운 사례는 중국에서 나타났다.
무신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상하이 안푸루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 뒤 Tmall 내 MUSINSA STORE의 온라인 매출이 전월 대비 107% 증가했다.

중국 진출 첫 100일 동안 온라인·오프라인 누적 매출도 약 1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기업이 발표한 자사 실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과 반드시 제로섐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무신사는 오히려 온라인 데이터를 오프라인 VMD에 활용하고, 오프라인 경험이 다시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고객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증폭시키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랫폼도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29CM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29CM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9'는 2025년 성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29CM 측은 온라인에서 향 제품을 발견한 고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수요를 오프라인 매장 개점의 이유로 설명했다.
향은 대표적으로 디지털 화면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사진은 볼 수 있지만 향을 맡을 수는 없다. 설명을 읽을 수는 있지만 피부에 발랐을 때의 감각까지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플랫폼이 잘하는 Discovery와 Curation에 오프라인의 Touch, Smell, Trial, Conversation이 더해진다.
온라인에서 발견한 취향이 현실의 공간에서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29CM의 향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AI혁신연구소 김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경영학 박사 | AI혁신연구소 대표

1,34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