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⑪ 저자의 법칙
출판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바카라 한 권을 만든 뒤에도 출판사와 저자, 편집자와 저자의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출판사가 저자에게 다음 바카라을 제안하기도 하고, 저자가 새로운 원고를 들고 다시 같은 출판사를 찾기도 한다. 편집자가 다른 출판사로 옮기거나 독립한 뒤, 함께 일했던 저자에게 새로운 바카라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어떤 저자와 계속해서 바카라을 만들고 싶어 할까?
많은 사람은 당연히 “바카라을 많이 파는 저자, 인지도가 높은 저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출판사에게 판매 성과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카라이 잘 팔린 저자라면 다음 바카라의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높으니, 그런 저자를 출판사가 마다할 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출판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판매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주 큰 베스트셀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다음 바카라도 함께 만들고 싶은 저자가 있는가 하면, 판매 성적은 나쁘지 않았는데 다시 함께 일하기가 부담스러운 저자도 있다.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출판사는 저자를 대할 때 원고만 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편집자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수정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약속한 일정을 정확히 지키는지, 출간을 앞두고 어떻게 소통하는지도 함께 본다. 바카라은 혼자 만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지만, 출판사는 그 글을 독자가 읽을 수 있는 바카라으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다듬고, 문장을 손보고, 분량을 조절하고,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결정하고, 가격과 출간 시기를 정한다. 출간 이후에는 서점과 언론, 온라인 채널을 통해 바카라을 알릴 방법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편집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 마케터, 제작 담당자, 영업 담당자 등 여러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바카라 한 권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 저자의 역할 역시 마찬가지다. 원고를 넘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필요한 부분은 함께 고민하면서 더 좋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저자들 중에는 자신은 원고만 완성하면 나머지는 출판사가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이런 저자와는 바카라 만드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반대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출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저자는 편집자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그런 점에서 좋은 저자는 좋은 원고를 쓰는 사람인 동시에, 좋은 바카라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집자의 말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저자가 좋은 저자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저자일수록 자신의 생각이 분명하다. 그런 저자는 편집자가 제목을 바꾸자고 제안하면 자신이 왜 그 제목을 붙였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고, 원고의 특정 부분을 빼자고 하면 그 부분이 왜 필요한지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편집자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이 부분은 조금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이때 “알겠습니다”라고 바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좋은 태도는 아니다.
“이 부분은 제가 꼭 쓰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독자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
“편집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독자가 읽을 때 어떤 부분이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궁금합니다.”라고 물어봐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다 보면 처음에는 의견이 달랐던 부분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의견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의 관점에서 원고를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좋은 편집자는 저자의 생각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좋은 저자는 편집자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과 편집자의 경험이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때, 처음 원고보다 더 좋은 바카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저자와 일하면서 의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원고 마감’이다.
저자에게는 며칠 늦어지는 것이 별일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고가 늦어지면 편집 일정이 밀릴 뿐만 아니라 교정 일정이 바뀌고, 디자인과 제작 일정도 영향을 받는다. 출간 예정일이 정해져 있다면 서점 입고와 홍보 일정까지 다시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바카라 하나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판사의 모든 일정이 영향을 받는다.
말했다시피, 바카라은 편집자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움직인다. 그러니 “조금 늦어져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여러 사람의 일정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원고를 쓰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 날까지 원고 마감이 힘들 것 같습니다. 대신 며칠까지는 꼭 보내겠습니다.”
그러면 편집자 역시 데드라인을 다시 정해서 알려주는데, 이 일정은 꼭 지키는 것이 좋다. 반복해서 약속 날짜를 어기면 저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마감은 단순히 원고를 제출하는 날짜가 아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일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다.
바카라이 오프라인 서점에 입고되었다고 해서 저자의 역할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출판사는 서점에 바카라을 공급하고 온라인 판매 페이지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보내고, 광고와 SNS 홍보를 진행한다. 필요하면 저자 인터뷰나 강연, 서평단 운영 등 바카라을 알릴 수 있는 여러 방법도 찾는다. 하지만 출판사가 모든 일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저자 역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SNS나 블로그를 통해 바카라 홍보를 할 수도 있고, 독자와 만날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연결되는 사람이나 단체에 바카라을 소개하거나 인터뷰와 강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가 직접 광고를 집행하거나 모든 마케팅을 바카라임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카라이 출간된 뒤에도 저자가 자신의 바카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출판사에 보여주는 것이다. 바카라이 출간되었다고 모든 일을 출판사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이는 저자라면 출판사도 자연스럽게 다음 바카라을 함께 만들고 싶어진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움직이는 저자. 그런 저자를 출판사는 오래 기억한다.
출판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대부분 다른 기업마냥 영리를 목적으로 바카라을 만든다. 따라서 판매 성과를 외면할 수 없다.
알다시피, 바카라 한 권을 만드는 데는 저작권료와 인세, 제작비, 유통비, 마케팅 비용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출판사가 저자를 기억하는 방식은 판매량이라는 숫자 하나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편집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던 저자,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미리 연락해서 조정했던 저자, 출간 후 자신의 바카라을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던 저자, 출판사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필요한 부분은 분명하게 요구했던 저자….
이런 저자들은 판매량 이상의 신뢰를 남긴다. 그리고 출판에서 신뢰는 다음 바카라을 함께 만들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물론 한 권의 바카라으로 인연이 끝나는 저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이 저자라면 다음 바카라도 함께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는 그런 저자를 기억해두었다가 다음 바카라을 기획할 때 후보 저자로 올린다. 그리고 내부 회의를 통해 몇 가지 질의 과정을 거친 후 저자를 확저하게 된다.
1. 이 저자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2. 다음 바카라에서도 독자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3. 이번 바카라을 만들면서 보여준 장점이 다음 바카라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4. 무엇보다 이 저자와 다시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을까?
저자에게 좋은 출판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출판사 역시 좋은 저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바카라 한 권은 몇 달 만에 만들어질 수 있지만, 한 번 맺어진 저자와 출판사의 관계는 몇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5년 가까이 출판 현장에서 일하며 수많은 저자를 만났다. 그중에는 원고를 아주 잘 쓰는 사람도 있었고,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편집을 거치면서 놀랄 만큼 달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자신의 바카라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생각은 분명하면서도 좋은 의견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실력은 원고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바카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편집자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약속을 어떻게 지키는지, 출간된 바카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도 저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출판사는 그것을 모두 기억한다.
물론 출판사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좋은 원고다. 하지만 계속 함께 바카라을 만들고 싶은 저자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바카라을 사랑하면서도 혼자 만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생각은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줄 아는 사람, 바카라의 성공을 출판사의 바카라임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는 사람….
그런 저자와는 다음 바카라도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바카라을 출간하고 싶다면 좋은 원고를 쓰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좋은 저자가 되는 일은 원고를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출판사와 계약하고, 편집자와 바카라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원고를 고치고, 제목과 표지를 고민하고, 출간을 준비하고, 독자를 만나는 모든 과정이 저자의 시간이다.
하지만 대부분 저자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출판사가 바카라을 잘 팔아줄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출판사와 함께 좋은 바카라을 만들 수 있는 저자인가?”
출판사는 좋은 원고를 찾는다. 그리고 그 원고를 쓸 좋은 저자를 찾는다. 하지만 좋은 저자와 좋은 바카라을 한 번 만들고 끝내고 싶어 하는 출판사는 많지 않다.
한 번 함께 만든 바카라이 다음 바카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저자. 출판사가 계속해서 함께 바카라을 만들고 싶은 저자는 아마 그런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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