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비언어적 동물이다

뒤통수, 뒷모습, 전해지는 마음

by천둥벌거숭숭이


유독 뒤통수를 좋아한다.
낯을 가리는 인간이어서인지, 눈빛에 약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말갛고 동그란 뒤통수를 좋아한다.

주말마다 만나는 강아지가 내미는 뒷덜미는 결핍이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명을 만져짐으로 채우는 듯하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호강시켜 줄 자신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만히 만져주는 것일 뿐.

운전자의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운전자의 성격을 차의 뒤통수만 보고도 알 수 있다.
앞차의 코앞까지 붙어가는 하얀 k7은 참을성이 없다. 볼일이 급하신가.
방향지시등을 켜자마자 차선을 옮기는 트럭은 뒤차 운전자의 인내심을 길러준다.

젠틀한 사람도 도로 위에 서면 왠지 평정심을 잃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엄마를 모시고 운전하는 나는 차 안에서의 분노를 경계한다.
뒤통수를 신경 쓰기보다 옆사람에 더 공들이는 사람이다.

사람의 입은 먹을 때, 말할 때 빼고는 대부분이 얌전한 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우리는 듣는 말 없이 바라만 보아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저치는 그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치와 저치가 싸우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그들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기류는 함께 있는 우리마저도 입을 떼지 못하게 얼려버린다.

차가운 뒷모습에도 아무렇지 않은 이유는 당신의 한결같은 비언어적 태도를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천둥벌거숭숭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꾸준함으로 글을 쓰고 좋아함을 말합니다. 나를 싫어하지만 좋아하고 싶습니다.

12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