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시선 제79화

가을의 역사를 다시 쓰는 KIA

야구의 시선 제73화

- 가을의 역사를 다시 쓰는 KIA, 이제 V13을 향하여


- 김도영의 만루홈런, 시라카와의 역투, 그리고 2026년 가을의 기적


야구에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 오랜 세월 쌓여온 기록이 단 한 번의 타격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꿈이 불과 사흘 만에 현실이 되기도 한다.


2026년 가을, KIA 타이거즈가 바로 그런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10월 20일 잠실구장. KIA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내리 승리하며 시리즈를 3승 무패로 마무리했다. KIA 구단 역사상 첫 준플레이오프 통과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김도영이 있었다.


- 23세 김도영, 25년의 기록을 깨다


2회초, 만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


상대 투수 케네디의 공을 받아친 순간, 타구는 잠실구장의 담장을 넘어갔다. 그랜드슬램이었다.


23세 18일. 김도영은 포스트시즌 최연소 만루홈런이라는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종전 기록은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김동주가 세운 25세 8개월 22일이었다. 무려 25년 가까이 지켜졌던 기록이 김도영의 방망이 앞에서 새롭게 쓰인 것이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기록 자체보다 그가 보여준 승부사의 기질이었다.


큰 경기일수록 더욱 과감해지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선수. 김도영은 이제 단순한 유망주를 넘어 한국 야구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슈퍼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 준플레이오프의 오랜 한을 풀다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이다. 해태 시절부터 이어진 1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 자체로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다.


그런데 놀랍게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1994년, 2004년, 2006년, 2011년. 네 차례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2026년, 다섯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그 벽을 넘어섰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상대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LG였다는 사실이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거둔 3연승은 단순한 시리즈 승리를 넘어 KIA가 가을야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잠실구장에서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경기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승리는 더욱 오래 기억될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가 남긴 또 하나의 역사


이번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다.


3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5이닝 1실점으로 LG 타선을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아시아쿼터 선수로서는 최초의 KBO 포스트시즌 승리투수라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일본인 투수가 KBO 포스트시즌에 선발 등판한 사례는 2009년 SK 와이번스의 카도쿠라 켄 이후 매우 드물었다.


시라카와의 역투는 국적을 넘어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도영이 화려한 공격으로 승리를 이끌었다면, 시라카와는 묵묵한 투구로 그 승리를 완성한 셈이다.


- 야구의 기록에는 운명 같은 이야기가 있다


야구팬들은 때때로 과거의 기록에서 묘한 평행이론을 발견한다.


2022년 KT 위즈와 2026년 LG 트윈스의 상황이 그렇다.


두 팀 모두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었고, 이듬해 정규시즌 4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3위 팀에 패했다.


2022년 KT를 꺾었던 팀은 키움이었고, 2026년 LG를 꺾은 팀은 KIA다.


물론 야구에서 과거의 기록이 미래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과 반복이 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KIA의 다음 상대는 삼성 라이온즈다.


만약 KIA가 삼성을 넘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마침내 정상까지 오른다면 2026년 가을은 타이거즈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계절이 될 것이다.



- 이제 남은 것은 V13이다


KIA 타이거즈의 역사는 언제나 도전과 반전의 역사였다.


수많은 명승부와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한결같이 팀을 응원해 온 팬들이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도영의 만루홈런에 환호하고, 시라카와의 역투에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는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는 팬들이 있다.


야구는 결국 선수들만의 경기가 아니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준플레이오프 3연승은 분명 대단한 성취다. 그러나 아직 가을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정한 승부다.


나는 이번 가을 KIA가 보여준 야구에서 한 가지 희망을 발견한다.


오랫동안 넘지 못했던 벽도 언젠가는 무너지고, 불가능해 보였던 기록도 결국 새로운 도전자에 의해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우리가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2026년 가을, 타이거즈의 도전은 계속된다.


열세 번째 우승을 향하여.


KIA 타이거즈, V13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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