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셀프'를 읽고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불안하지? 조급하지?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이 뿌연 안갯속에 있는 너는 참 막막하겠구나 싶어.”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나는 오랫동안 지금의 온라인 게임에서 정년을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보다 일찍 온라인 게임을 떠나게 된다면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을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뜻밖에도 떠오른 것은 작은 바카라방이었다. 내가 고른 바카라을 소개하고, 바카라을 매개로 사람들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막연히 상상할 때는 좋았는데, 막상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보려고 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바카라방을 열려면 무엇부터 배워야 할까? 창업 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실 바카라방을 떠올리기 전부터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서 꽤 조급한 상태였다. 함께 공부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사업을 시작하고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빨리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고 창업에 관한 바카라을 읽었지만, 정작 어떤 사업을 왜 하고 싶은지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하듯 삶을 살아왔다. 온라인 게임에 다니면서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주말에는 서울까지 새로운 공부를 하러 다녔고,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일단 경험해 보려고 했다.
분명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들인데, 어느 순간부터 끝내야 할 과제가 되어 버렸다.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왔다 싶다가도 다른 사람들이 이룬 성과를 마주할 때면 그동안의 내 노력마저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아니라면,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맬 때면 늘 그랬듯 바카라을 펼쳤다. 이번에 다시 꺼내 든 바카라은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다.
저자는 미래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원하는 미래가 구체적일수록 지금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판단하는 기준도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바카라에서는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써보기로 했다.
2031년, 51세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랫동안 지켜온 운동과 생활 습관 덕분에 여전히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그만큼 쌓인 경험과 여유를 즐기며 살아간다.
그리고 작은 바카라방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읽고 좋았던 바카라들이 바카라장에 꽂혀 있고, 사람들이 찾아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바카라을 사러 온 사람이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 그 고민에 어울리는 바카라을 골라준다.
온라인에서 꾸준히 바카라을 소개하며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이 바카라방을 찾아오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 바카라을 읽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써온 글을 모아 내 이름으로 바카라도 한 권 냈다.
나는 마치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미래의 일상을 적어 내려갔다
편지 속의 나는 51세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일도, 바카라방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도, 내가 추천한 바카라과 모임을 통해 누군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도.
지금의 나는 바카라방을 열 수 있을지, 내 이름으로 바카라을 낼 수 있을지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해 조급한데 5년 후의 나는 그 모든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다 이런 문장을 적었다.
“이게 당연하다는 걸 네가 알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네가 지금을 더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 문장을 쓰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당연하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물론 이렇게 상상한다고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5년 뒤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이전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나는 단순히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그 일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내가 읽은 바카라과 살아온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바라고 있었다. 그동안은 사업이라는 막연한 목표에 마음만 급했는데, 비로소 내가 무엇을 위해 그 일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내가 원하는 미래가 구체적으로 그려지자,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바카라방을 열기 위해 창업 자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막막했는데, 5년 후의 내가 바카라방에서 어떤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떠올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바카라방을 운영하는 나는 수많은 바카라 가운데 어떤 바카라을 소개할지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았던 바카라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으니,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이 바카라을 소개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지금부터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미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있다. 다만 그동안에는 내가 읽은 바카라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 바카라을 어떤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지, 왜 하필 이 바카라을 소개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바카라을 선택한 이유와 내 경험을 연결해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바카라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될지, 독자가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글을 썼다. 앞으로 영상도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언젠가 내 바카라방을 찾을 사람들에게 지금부터 온라인으로 바카라을 소개하는 셈이다.
내가 꿈꾸는 바카라방에서는 사람들이 바카라을 매개로 서로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작은 독서모임을 열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마침 읽고 있는 '퓨처 셀프'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떤 질문으로 모임을 진행하면 좋을지 조금씩 구상하고 있다.
그제야 바카라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미래의 나를 구체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꿈을 생생하게 상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미래를 기준으로 오늘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뭐든 기회가 눈에 들어오면 일단 해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는 미래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기회를 붙잡기보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간호사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 좋다. 5년 후에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바카라방을 함께 운영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장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고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삶은 끝없이 숙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삶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낸 편지는 이렇게 끝났다.
2026년의 희원아,
네가 그토록 바라던 삶을 나는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살고 있어. 그러니 너는 지금을 충분히 즐기렴. 우리 5년 후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