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를 그만두면 나는 무슨 일을 할까?
"코치님, 잘 지내죠?"
어느 날 퇴근길, 알고 지내는 코치님에게 연락이 왔다. 코치님이 다니는 회사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일하고 계신 분이었다. 당장 아이도 키워야 하고 회사를 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닌데, 막상 희망퇴직 안내를 받아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자기보다 어린 후배들까지 퇴직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지금의 온라인 게임을 정년까지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미군부대 병원이라는 안정적인 온라인 게임에 들어왔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곳에서 은퇴할 생각이었다. 농담처럼 이곳이 연금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퇴사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코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래 다니고 싶다고 해서 회사도 나를 계속 필요로 하는 건 아닐 텐데. 나는 한 번도 그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우연히 며칠 전 병원에서도 작은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마무리됐고 내가 바카라임지고 온라인 게임을 그만둬야 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까지 미리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그날도 괜히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는 상황을 상상하다, 퇴근 후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나 여기 나가면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할까 봐.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요. 내가 버니까 당신은 당신하고 싶은 거 해요.”
“아싸, 진짜지? 고마워요!”
당장 온라인 게임을 그만둘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보라 말해주니 고맙고 든든했다. 그날은 정말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싶었다기보다, 혹시 지금의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처음에는 당연히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했다. AI 시대에도 간호사는 비교적 오래 살아남을 직업이라고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의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병원에서 처음부터 적응하며 간호사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단연코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간호사라는 직업에 매달릴 이유가 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자격증을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작은 바카라방이었다. 나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카라을 찾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할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속에 질문이 생길 때마다 그 답을 찾으려고 바카라을 읽었다.
물론 바카라을 읽는다고 언제나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이 생길 때도 많다. 그래도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읽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발견한 것들을 내 삶에 적용해 보고, 글로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이 좋다.
언젠가 이런 바카라들을 모아놓은 작은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할 때, 그 고민과 맞닿은 바카라 한 권을 소개해 줄 수 있는 곳. 바카라을 사러 왔다가 자신의 질문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곳.
그런 바카라방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