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프롤로그
어릴 때 읽던 동화는 우리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바카라 속 풍경을 마음으로 그려보고, 주인공의 모험과 어려움에 함께 마음을 졸이며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엄마가 되어서는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었다. 등장인물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면서 세상을 향해 공감하는 법을 배우고,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의 풍파도 지혜와 위트로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으로.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결국 선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믿음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훌쩍 커서 성인이 되고, 나 역시 식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식품영양학자가 되어 다시 동화바카라을 펼쳐보게 되었다. 어릴 때라면 줄거리만 따라갔을 텐데, 이번에는 자꾸 이야기가 멈췄다.
제비가 흥부에게 물어다 준 것은 왜 하필 박씨였을까.
용왕은 왜 토끼의 간을 먹으면 병이 나을 거라고 믿었을까.
여우와 두루미는 왜 서로에게 음식을 차려주고도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돌멩이가 어떻게 수프의 재료가 되었을까.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에서 사람들은 왜 달걀을 어느 쪽에서 깨느냐를 놓고 싸웠을까.
그리고 아기 돼지는 꼭 튼튼한 벽돌집을 지어야만 했을까?
숲속의 사슴은 왜 저마다의 뿔과 다리를 가져야 했을까?
줄거리만 따라갈 때는 보이지 않았던 장치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그저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한낱 소품이라고 생각했던 음식과 사물, 몸과 자연의 모습들이 자꾸 마음에 오래 남게 되었다.
그래서 동화를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의 눈으로. 그리고 조금 특별한 렌즈 하나를 들고.
바로 식품영양학자의 렌즈를 들고... 익숙한 동화들을 새롭게 읽어나갔다.
식품영양학이라고 하면 흔히 칼로리와 영양소를 떠올리게 된다. 단백질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지방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비타민이 들어 있는지, 무엇을 먹으면 건강에 좋은지를 따지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랫동안 음식과 건강을 들여다보다 보니, 음식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야기 속에서 자꾸만 눈길을 끄는 음식 하나, 사물 하나, 몸의 모습 하나,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을 붙잡고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왜 하필 이 음식이었을까.
왜 하필 이 장면이 등장했을까.
그것은 당시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있을까.
동화의 줄거리 뒤에 숨어 있던 작은 장치들. 작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야기 곳곳에 남겨놓은 단서들이 내 눈에 쓰~윽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나는 그것을 ‘동화 뒤편의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다.
이제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동화 속 풍경들을 하나씩 꺼내보겠다.
음식과 삶의 조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동화가 들려주었던 이야기 너머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이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에서는,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동화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동화를 읽는 내가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