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양을 먹을까, 선입견을 먹을까

혐오와 영양 사이

by사유하는 밥상

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 ①

제목 :우리는 영양을 먹을까, 선입견을 먹을까

부제 : 혐오와 영양 사이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 가운데 유난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남편이 장사를 하러 먼 길을 떠난 사이, 앞을 보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며느리의 이야기다.

며느리는 자신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으면서도 시어머니에게는 지렁이를 넣어 국을 끓여 ‘고깃국’이라며 속여 먹었다. 어린 마음에도 ‘어쩜 이리도 잔인하단 말인가’ 하며 분개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날이 갈수록 시어머니의 얼굴빛이 좋아지고 기력이 회복된 것이다. 얼마 후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칭찬하며, 너무 맛있어서 몰래 남겨두었던 ‘고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고기가 아니었다.

“어머니, 이건 지렁이잖아요.”

진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고 눈을 뜨게 되고, 며느리의 악행도 결국 세상에 드러난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못된 며느리가 벌을 받고 착한 시어머니가 보상받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읽었다.


그런데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고 기능성 식품을 연구하게 된 뒤, 어느 날 이 이야기가 문득 다시 떠올랐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며느리의 저의는 악랄했지만 그릇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던 시어머니는 그것을 ‘고깃국’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음식은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

그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일까.
아니면 그것을 먹는 사람이 무엇이라고 받아들이느냐일까.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니 문득 10여 년 전 미국에서 들었던 한 세미나가 생각났다.

2014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건강기능식품 전시회에서 ‘Edible Insect Protein’, 식용 곤충 단백질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들었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곤충을 단백질 원료로 사용한다고?’

그런데 발표를 들으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낯설게 느낀 것은 곤충의 영양가가 아니라, 곤충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처음 느꼈던 낯섦이, 이제 와서 이 동화 속 지렁이와 겹쳐 보였다.


우리는 음식을 입으로 먹기 전에 이미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그것이 무엇인지 판단한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고기’라고 생각하면 음식이 되지만, ‘곤충’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먹기 어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물론 며느리의 악행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 행동이 아니라, 이 이야기 속에 우연히 드러난 아이러니다.

만약 시어머니가 처음부터 눈이 잘 보였다면, 그릇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지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한 숟갈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지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거부감도 생기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그저 그것이 '고깃국'이라고 믿고 숟가락을 들었을 뿐이다.


오늘날에도 곤충은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분말이나 다른 식품의 형태로 가공될 때 조금 더 쉽게 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렁이와 식용곤충은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결국 음식은 영양소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그것을 무엇이라고 인식하느냐도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을 먹기 전에 이미 그 음식에 대한 생각부터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영양을 먹고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배워온 선입견까지 함께 먹고 있는 걸까.


Gemini_곤충단백질.pngImage Created by Gemini AI


이전 01화식품영양학자가 동화를 읽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