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콘텐츠의 왕좌를 지키는 사람들
피해 가려 애써도, 알고리즘의 유연한 그물망은 꼭 그들을 내 화면 위에 모셔다 놓는다
화려한 카드뉴스 첫 장에는 언제나 큼지막하고 선명한 글씨가 박혀 있다. '독자의 멱살을 잡는 첫 문장 쓰는 법','팔로워를 10배 늘리는 글쓰기 치트키 3가지', 혹은 '이것만 바꾸면 당신의 글도 돈이 됩니다' 같은 것들.
글쓰기 팁으로 SNS 콘텐츠의 왕좌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타임라인을 쓱쓱 내리다 그런 글을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안 보려고, 굳이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재빨리 화면을 위로 밀어 올리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쩐지 약간 찔린 듯 찌릿하다.
더 미스테리한 건 그들의 행동이다. 도대체 나에게서 어떤 연결고리를 발견하신 건지, 그분들은 살그머니 찾아와 내 계정을 '팔로잉'해두고 가신다.
프로필에 '작가'라는 단어 하나 달랑 적어둔 내 작은 공간에, 수만 팔로워를 거느린 '글쓰기 코치'님의 이름이 턱 하니 찍혀 있을 때의 그 겸쩍음이란. '선생님, 잘못 찾아오셨어요. 저는 독자의 멱살을 잡을 힘도 없고, 그저 제 마음의 옷깃이나 겨우 여미는 사람인데요.' 속으로 소심한 혼잣말을 건네게 된다.
그분들의 친절한 가르침을 가만히 읽다 보면, 내가 평생 해온 글쓰기가 마치 엄청난 반칙과 오류의 집합체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지침서에 따르면 글은 모름지기 짧고 호쾌해야 하며, 결론부터 팍 때려 넣어야 하고, 읽는 이의 욕망을 정확히 타격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늘 어중간하고 돌아가는 길에 있다. 계절이 바뀌어 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걸 멍하니 바라보는 일, 커피 머신 앞에서 원두가 갈리는 소리를 듣는 일, 혹은 먼지 쌓인 옛 기억을 굳이 꺼내어 가만히 털어내는 일.
독자의 멱살을 잡기는커녕, 제발 지나가던 눈길이나 잠시 멈춰주면 다행인 순한 문장들뿐이다.
아마 그분들의 눈에 내 글은 '절대 SNS에서 성공할 수 없는 작품'의 전형일지도 모른다. 효율도 없고, 확장성도 없으며,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팔로우해 준 그 너그러운 '글쓰기 팁 전문가'님을 보며 가끔 혼자 엉뚱한 상상을 한다.
'혹시 이분도 밤마다 지친 몸으로 들어와, 멱살 잡는 문장 따위는 다 던져버리고 혼자 끄적이는 은밀한 일기장이 있는 건 아닐까?'
남들에게는 3초 만에 시선을 사로잡는 법을 가르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도 안 보는 새벽녘에 느릿느릿 진심을 털어놓는 문장을 다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세상의 모든 효율을 다 끌어 모아 글을 쓰라고 외치는 사람에게도, 효율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쉼터가 필요한 법일 테니 말이다.
오늘도 타임라인에는 완벽한 글쓰기 비법들이 화려하게 춤을 춘다. 나는 여전히 그 팁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굳이 효율적이지 않은 나만의 엉뚱한 문장들을 키보드 위에 얹는다.
비법은 몰라도 괜찮다. 멱살을 잡지 않아도, 내 글이 누군가의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는 따뜻한 손길 정도만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니까.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