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스물 다섯시간
나른한 오후
고품격 커피공장
바다에 인접한 어느 사찰
모조연등을 달고 소원을 비는 외국인 십자가 타투
흐린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이따금 불어오는 가을바람
무라카미 류의 별세 소식
잘 먹던 고등어가 어느날 몸에 맞지 않게 되었다는
언니라는 호칭대신 엄마라고 불러 관계가 모호한
강아지에 끌려가는 키큰 사내
낯설어서 오히려 편안한
구조가 드러난 천장의 인테리어
이제는 기억에서 실종된 조산소 간판
본디 진짜는 가짜보다 힘이 부쳐서 늘 숨어지낸다
내가 오리지널이라고 오리털을 달고 지랄을 해도
호수에는 표정이 하나뿐인 오리배가 헤엄을 치고
바쁜 다리는 오리가 아니고 울음소리는 속으로만
아무리 전화해도 자식이 받지 않는다고 웃으며 모르는 상인에게 넋두리하는 중년
어떤 위로도 가까이에서는 인색하고 태평양 너머에서나 겨우 한톨 얻어 안고는 감격하는
등잔 밑이 어두워서 형광등으로 교체했는데도 여전히 주위는 어둡고 깜깜하다
결국 문제는 우리의 의지임이 밝혀졌고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치명적인 문제였음을
밤에는 비소식이 있고
내일도 비소식이 있고
나는 비를 기다리고 비를 기꺼이 맞을 것이고
빗자루로 비를 쓸지는 않을 것이고 빗소리 구슬프게 울 것이고 이 틈을 타고 찬 계절이 올 것이고 곳곳에서 환영하는 기침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 사이로 소독차가 골목골목을 누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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