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이창 -김경근

사노라면의 사부작사부작

by사노라면

​나를 봐요,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요

​깜빡 졸다 깨어보니

엄마 아빠는 어디 가고

출렁이던 바다는 사라진 채

어두운 물길과

부딪히는 유리벽

다른 세상에 와 있네


​저기요, 날 좀 봐요

유리창 너머 거긴 좀 어때요

그쪽 세상은

날씨는 어떤가요

살기는 좀 어떤가요

그곳도 여기처럼

집 가는 길 더딥디까


離窓 이창 -김경근



연휴를 맞아 아내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는 엄두도 못 내다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비로소 제대로된 시선을 갖고 돌아다닐 만해진 날씨에 움직여봅니다.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적지도, 거창한 계획도 없으니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는 무계획여행의 미학이 참 좋습니다.

배가 고프면 눈에 띄는 식당으로, 마음이 끌리면 무작정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지나다 우연히 마주친 내륙지방의 뜬금없는 지역 수족관을 들어가 봅니다.

앙증맞은 물고기 구경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으나, 유독 제 시선을 사로잡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튀어나온 눈동자로 시선을 마주치며 수조 벽을 따라 쫄쫄 따라오는 가오리 한 마리.

마치 내게 할 말이 있다는듯 벽을 따라 계속 쫓아옵니다.

그 몸짓이 신기함도 잠시, 이내 가슴 한켠이 뻐근해집니다. 몸집에 비해 턱없이 비좁은 어항 속에서 서너 마리가 부대끼며 헤엄치는 모습은, 영락없이 동물원이 주던 답답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이나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명목이야 모를 리 없지만, 인간의 편의에 맞춰 생명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저울질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찜찜한 마음을 삼키며 서둘러 수족관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바로 옆에 우뚝 솟은 거대한 회센터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수족관의 풍경과 묘하게 겹쳐지며, 인간의 이기심과 식욕이 빚어낸 코미디같은아이러니 앞에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졌습니다.


​모처럼의 나들이로 묵은 때를 씻으려 했건만, 오히려 마음속에는 묘한 여진이 남습니다.

화려하게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보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저를 향해 건네던 물고기의 그 쓸쓸한 시선이 오래도록 가을바람처럼 마음을 맴돌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생명들이 평화속에 자연으로 돌아가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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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김경근/ 수필가, 시인, 캘리그라피 작가. 살아가는 일상을 캘리그라피에 담아 에세이와 함께 연재 중인 수다작가. 시집 : 가을이다 그대 외롭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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