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워라벨 너무 좋다

by재인

어제는 늦은 퇴근길,

지인이 가까운 영종도로 캠핑을 왔다는 소식에 잠시 들렀다.

정말 아주 '잠시' 인사를 건네고 온 것뿐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이미 시계 바늘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다닥 씻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아침이 와 버렸다.


전국체전 시즌이라 기숙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아침부터 둘째를 데려다주어야 하는 일정이 겹쳤다.

출근 시간과 도저히 맞지 않아 엄마에게 부탁을 드렸다.

어차피 해주실 거면서 건네시는 말씀 자체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서운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동시에 안은 채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오늘은 아이들과 독서 수업이 있는 날.

과학 바카라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내는데,

야속하게도 자꾸만 단어가 머릿속에서 길을 잃는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첼 카슨'이라는 이름이 어찌나 입안에서만 맴돌고 떠오르지 않던지.

속으로 땀을 삐질 흘리면서도,

쌓여온 경험의 언어들로 어찌저찌 수업을 이끌어갔다.


수업이 끝나고,

기다리던 시간이 찾아왔다.

내가 유독 좋아하는—말하는 스타일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참 마음에 드는—민준이의 자소서를 함께 써주는 시간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문이 열리며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들어오는 민준이.

이런저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모습에 순수함과 듬직한 남성다움이 기분 좋게 섞여 있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참 매력 넘치는 친구다.


지친 아침의 피로도 잊은 채,

장난스레 한마디를 건넸다.


"민준아, 선생님 아들 할래?"

"저야 너무 감사하죠!"


어쩜 저렇게 말 한마디도 예쁘고 다정하게 할까.

잔잔하게 흐르는 좋아하는 팝송을 배경 음악 삼아,

내가 진심으로 아끼는 학생의 빛나는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시간.

새벽녘의 피곤함도,

엄마와의 짤막한 앙금도,

가물가물하던 단어의 아쉬움도 모두 눈 녹듯 사라진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누군가의 삶에 다정한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

문득 참 워라밸이 좋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의 페이지에 참 다정하고 예쁜 스토리를 하나 더 축적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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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명랑하게, 마음은 언제나 진심으로. 완벽하지 않은 삶을 긍정하며, 제가 겪는 성장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글로 옮깁니다. 다정한 문장을 채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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