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계속 글을 쓰는 걸까

<패터슨>

by레빗구미


밤의 창가, 조용한 기록.png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간다. 커피를 마시고,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한다. 오후가 지나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영화를 보거나 청소를 한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 비슷한 하루가 시작된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꽤 오랫동안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조금씩 다른 일들이 일어나지만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릴 때는 이런 삶이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나 역시 그런 반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하루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꽤 거대한 산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일상의 산이라고 부르고 싶다.


매일 출근하고, 일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잠드는 일.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날들이 하나씩 쌓여 만들어진 산이다. 어느 하루만 떼어놓고 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 대부분이 들어 있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은 특별한 순간 몇 개보다 그런 평범한 날들로 더 많이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일상의 산에 새로운 것이 하나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글쓰기였다.


나는 영화를 꽤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거의 매주 한 편씩 영화를 봤다. 극장에 가기도 하고, 집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어떤 영화는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그 이야기를 계속 떠올렸고, 어떤 영화는 보고 난 뒤에도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 졌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고, 어떤 장면에서는 내가 심하게 감정이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감정들이 휘발되어 사라져버렸다.


분명히 재미있게 봤는데 영화의 줄거리와 감정들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친구와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도 제목만 기억할 뿐, 정작 내가 그 영화를 보며 무엇을 느꼈는지는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렇게 많은 영화를 봤는데,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은 빈 껍데기 뿐이었다. 그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데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쓰고, 그 시간 동안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했는데, 며칠이 지나면 그 감정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영화를 좋아한다면서도 정작 그 영화를 좋아했던 순간을 제대로 붙잡아두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기록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지,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적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적어도 그 영화를 봤던 당시의 내 마음을 조금은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아내는 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인플루언서로서 SNS에 무언가를 올리고, 영상을 찍고, 촬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가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는데, 나는 회사에 다니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물론 영화를 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그저 소비하는 것과,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조금 다른 일처럼 보였다. 나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 말고,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시작한 일이 하나쯤 있었으면 했다. 아마 그때의 나는 영화를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과, 조금 더 활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2018년,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글 한 편을 쓰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머릿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막상 문장으로 옮기려면 잘되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영화의 줄거리를 얼마나 설명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영화를 평가해야 할지, 마지막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몇 문장을 쓰고 다시 읽어보고, 지우고, 고쳐 쓰는 일을 반복했다. 글을 하나 완성하고 나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내가 본 영화가 더 이상 머릿속에만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사라질 것 같았던 감정들이 문장으로 남았다. 며칠 뒤 다시 읽어보면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뭔가를 남겼다는 게 후련함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면 기분이 좋았다. 공감이나 댓글을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혼자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반대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글도 있었다. 시간을 들여 썼는데 생각보다 읽는 사람이 적으면 조금 허탈했다.


그래도 다음 영화를 봤다.

그리고 또 글을 썼다.


처음에는 글 한 편을 쓰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마음에 남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글을 쓸 때도 이전보다 덜 망설이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문장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는 날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예전처럼 낯설지는 않다.


그렇게 글쓰기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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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FJ - 영화에 대한 리뷰보다는 영화안에 담긴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 영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전달하려 합니다. 세계최초 영화 감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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