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처럼 자란 그 남자
주말 부부모임에 다녀왔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울증을 앓는 딸을 둔 부모도 있었다.
그에게는 더 바라는 것이 없었다.
딸이 방 밖으로 나와 주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어린 시절 부모의 끊임없는 다툼 속에서 자란 여자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은 남자를 선택했다.
그 남자는 외동아들이었다.
사랑받는 데는 익숙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은 잘 몰랐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란 외동아들이 과연 그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얼마나 알았을까.
그녀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이혼하리라 생각하며 오랫동안 돈을 모아 왔다고 했다.
연변에서 카이스트로 유학 온 여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같은 캠퍼스에서 청혼을 받았고 결혼했다.
친정어머니는 늘 말했다.
“너는 손에 물 묻히지 않고 살 거야.”
그 말속에서 자란 그녀에게 집안일은 자기 일이 아니었다.
시어머니가 집안일을 가르치고 떠난 뒤, 살림도 해본 적 없는 남편이 오히려 그녀에게 살림을 가르쳤다.
남편은 그녀를 고쳐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가난한 남자가 형편 좋은 집 여자와 결혼한 이야기도 있었다.
딸은 스물세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했다.
고아처럼 자란 남자의 이야기도 있었다.
아버지 같지 않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손발도 크고, 자기 집안사람들처럼 오종종하게 생기지 않은 것도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혼해 보니 달랐다.
집안에서 배운 것이 없는 남편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아내를 외롭게 했다.
중학교 때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가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 폭풍처럼 몰아치던 감정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도 마음에 남는 것은, 끝내 용서를 구하지 못한 일이었다.
또 다른 사람은 가난해서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바람을 피웠고, 이혼당했고, 두 아들과 헤어졌다.
우리는 모두 약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상하게도 같은 얼굴이 있었다.
그 시절의 아버지, 그 시절의 어머니, 그 시절의 남편,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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