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쌀은 정말 한국쌀보다 맛있는 걸까?
일본쌀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라고 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여행 중에 먹은 밥들 중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밥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맛집 파워블로거 15년이 넘었지만 그런 집은 한 손에도 다 못 꼽습니다. 일본 여행 3박 4일이면 서너 곳은 밥맛이 좋다 느낍니다.
일본에 유독 맛있는 밥을 하는 집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일본쌀 품종이 우월해서가 처음 떠오릅니다. 고시히카리, 아키바레가 한동안 우리의 밥상을 휩쓸었지요. 통일벼 같은 품종이야 양은 많을지 몰라도 밥맛은 악명 수준이었고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품종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우리나라도 벼육종이 많이 발달해서 일본에 뒤질 게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육종 과정에서 일본쌀 품종도 많이 유전자를 보태었지요. 고시히카리나 아키바레를 타겟으로 해서 만든 품종들이니까, 당연히 그보다 낫겠지요? 나아야 겠지요?
품종이 아니면 뭘까요? 농사 기술일까요?
그에 대한 답은 그렇다, 또한 아니다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관행농이라면 농사 짓는 방식은 대동소이합니다. 일본 여행가서 먹었던 밥도 대개는 관행농이었을테니 그 기준으로 이야기 하자면, 한국의 농사기술이 일본만 못할 것도 없습니다. 농기계라면 일제가 확실히 좋고, 그 부분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이 확실히 우위에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본의 화산성토양과 한국의 황토를 비교하면 벼농사에는 보습성이 좋은 황토가 확실히 유리합니다. 물론 화산토에는 그에 맞는 농법이 발달합니다만 기본적으론 찰진 황토가 벼농사엔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요리사들의 밥짓기 솜씨도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일식요리사들은 밥을 짓는 방법론이 정립되어있습니다. 이건 고급레스토랑이 아니라 대중적인 밥집이나 저가형 스시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밥짓기의 메뉴얼이 있고 확실히 준수합니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일관성에 신경을 씁니다.
반면 한식요리사들은 대충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밥돌이라고 하는 일인용 솥에 넣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밥짓는 도구에 때려넣고 나면 끝이라는 식이 절대다수입니다. 도구 자체도 넣고 나면 그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끝으로 진화했습니다. 한식의 기본이 밥인데 요리사들은 무지성 밥짓기에 대해서 별로 부끄러워 하지도 않아요.
그나마 신경을 쓴다는 축들이 뭔가 다른 재료 넣고 솥밥으로 짓는 곳들입니다. 주로 파인다이닝 한식집들에서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하면 쌀이 아닌 그 무엇이 주재료이자 주인공이 되어서 밥을 좀 잘못 짓거나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것이 한식의 밥짓기니까, 거기서 일본과 차이가 안 나는 게 이상하겠지요.
농기계 얘기를 했습니다만 트랙터나 콤바인보다 도정기, 석발기, 선별기에 이르면 밥맛에 미치는 차이는 훨씬 더 커집니다. 도정이 밥맛에 미치는 영향은 제법 큰 편이지요. 이런 기계류는 정말 도저히 일제와는 겨룰 수가 없는 정도라서, 90년대 이전의 삼성과 소니 정도 차이라면 비유가 적당할 것같습니다. 우리나라 기계 회사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네요.
그렇다면 자랑하는 토종이라면 밥맛이 좀 다를까요? 저 자신도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마침 준솊이 일본 여행 다녀오면서 아코메야에서 쌀을 사왔어요. 일본 전국의 좋은 쌀들만 10종씩 소량 판매하는 패키지입니다. 이 쌀들과 토종쌀을 각각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밥을 짓고, 이것을 탁월한밥맛을 찾는 손님들께 시식시켜드리고 의견을 구했습니다.
완전히 공정한 조건 같은 것은 없겠지만 시식에 저의 의견은 들어가지 않았고 전부 손님들의 의견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쌀은 도나베를 사용해서 가스불에 짓고(나름 일본식 밥짓기를 했습니다), 토종쌀은 압력솥에 인덕션을 사용했습니다(매일의 영업에 쓸 밥을 짓는 그대로요). 제가 압력솥에 비해 도나베 사용이 미숙한 것이 사실이라 그 부분은 조금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토종쌀은 특징을 완전히 파악한 쌀들인데 비해서 일본쌀은 처음, 단 한 번 지어보는 경우라서 더욱 차이가 있었겠지요. 그런 점도 매번의 승부 기록에 남겼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식회라는 한계도 뚜렷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밥취향이 꽤나 다르다고 생각하고요, 이번 10번 승부를 통해서 확실히 차이를 느꼈습니다. 당연히 벼의 육종에도 그런 취향이 반영되었을 겁니다. 한국인의 입맛을 기준으로 한 식미평가라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승부라고는 하지만 밥맛이 좋고나쁘다는 개인의 취향일 뿐입니다. 여기에 옳고그름, 우열같은 것은 없지요.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붙여본 제목일 뿐입니다. 다만 한국인이 생각하는 좋은 밥맛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밥짓기와 취향이 어떻게 미묘하게 다른 결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아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좋은 쌀을 짓기 위해 애쓰는 농부들이 정당히 평가받고, 농업의 중요성이 재평가되길 바랍니다.
토종쌀과 일본쌀의 10번 승부의 기록, 같이 떠나보도록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