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밤에 대하여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밤에 대하여 잠들기 직전에 딸이 말했다. “엄마, 미안해.” 뭐가 미안하냐고 묻자 숙제를 안 하고 텔레비전을 봤단다. 마치 세계 평화를 어긴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나는 말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숙제보다 먼저여야 할 건 아직 세상을 배워나가는 일이니까. 아이의 잘못은 대개 그렇게 작고, 어른의 미안함은 그제야 조금 커진다. 나는 이불을 덮어주며 생각했다. 오늘도 아이는 스스로를 나무라지 않고 잠들어서,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