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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에서 깨어 있기

깨어있는 삶의 방식 2

by유신유

「푸른 밤하늘에
빛이 비추는 나무 밑둥.
실루엣의 가지와 나뭇잎.
겉은 잠잠하고 어두워 보여도
내 안은 환하게 깨어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밤이었다.

고요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조용할 때

내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무언가를 해내지도 않고,

아무런 결과도 만들어내지 않는 시간.


예전의 나는 그런 시간을 불안해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고

무언가를 해야 내가 살아가는 것 같았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움직이고,

끊임없이 다음 것을 찾아갔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멈춰 있는 줄 알았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 내 안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감정이 올라오고,

별것 아니라고 넘겼던 마음이 보이고,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내 목소리가 들렸다.

고요해지자 비로소 들리고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시끄러운 것들 속에서

나를 찾으려고 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하고,

더 잘하려고 했다.


정작 내게 필요했던 것은

무언가를 더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

잠시 멈추어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고요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놓치지 않는 상태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내가 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의 나와 함께 있는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나는 멈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밤에 본 나무도 그렇다.

멀리서 보면 검은 실루엣일 뿐이다.

하지만 빛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아

나무의 밑동을 밝히고 있다.

겉은 잠잠하고 어두워 보여도

그 안에서는 생명이 흐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깨어 있다는 것은 항상 눈을 뜨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때 내 안의 빛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매번 바쁘게 움직였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뒤엉켰다. 해야 할 일을 우선하다 보면 정작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뤘고,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다 보면 해야 할 일을 놓쳤다.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쉬어야 하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렇다고 생활이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답답했고, 허상을 쫓는 것만 같았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올 리가 없었다. 그러다 몸을 일으키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몸살이 왔었다. 가족을 돌봐야 하는 내가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또다시 나를 미워했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고.


계획도 세웠다. 큰 목표부터 세세한 일정표까지 짰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일은 나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나에게 맞지 않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기분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내가 부족해서,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다. 바카라을 펼쳐 간단한 것부터 루틴으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나를 바꾸는 기적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일어나자마자 이불 개기, 물 한 컵 마시기, 바카라 5분 펼치기, 5분 글쓰기. 처음에는 짧았던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행동은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 나도 할 수 있구나. 뭐라도 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하는 일이 소용없다고 했다. 내가 만들어 가던 패턴마저 어긋나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허무함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썼다. 보고 나서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동기부여 영상을 보며 다시 의지를 다졌다. 적어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대를 찾아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하지만 하다 그만두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결국 환경 자체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환경이 변하면 나도 바뀌겠지 하면서.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전자바카라을 읽었다. 여기서 머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성공과 말을 마음에 새겼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의 나와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았다. 이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까. 나는 망상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의 삶을 보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멈출 수 없었다. 끊임없이 다음을 향해 나아갔지만, 자신과는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자격증 공부까지 병행했다. 나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늘 다음을 고민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나는 계속해서 더 배우고, 더 나아가고, 더 채우려고 했다.



어느 날, 모든 작동이 멈추었다. 공부도, 집안일도, 일도, 생각도. 세상이 조용해졌다. 내가 바라보던 세상이 멈췄다. 내 시간만 멈춘 것 같았다. 단절의 시간이었다. 어두운 방 안,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듯한 내 눈에 잔잔한 물결이 차올랐다. 그것이 내 한계였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멈추어 있는 나를 그제야 바라볼 수 있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겉은 멀쩡하나 신경은 비명을 질렀다.


예전에는 아파도 의지로 버텼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해야 했다. 멀어지고 있던 나를 더 이상 놓치지 않아야 했다. 밖을 바라보던 시선이 그제야 안으로 향했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니 스스로를 얼마나 난도질했는지 보였다. 깎아내고 다듬으며 세상에 맞추려고 살았던 나. 이러다 사라질 것만 같은 나.


그렇게 천천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도 내 시간을 건드리지 않았다. 가장 놀랐던 건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은 가만히 있는 내 곁에 있어주었다. 맛있는 것을 건네고,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었다. 나는 서서히 회복해 나갔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공원에는 키가 큰 소나무가 있었다. 밝은 조명이 나무 밑동을 비추었다. 나는 가만히 나무 기둥을 바라보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밤인데도 어찌나 밝은지 하늘이 푸르게 보였다. 소나무 위는 그림자로 어두웠다. 겉은 조용하고 고요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그러나 불빛은 나무 밑동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내 안을 밝히는 듯했다.


그동안 수많은 말들과 수많은 의지를 지나왔다.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뒤 세상이 고요해지듯, 막막한 시간들을 지나며 내 안을 조용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 감각이, 내 목소리가. 내 안에서 흐르는 무언가를 나는 가만히 가늠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나와 함께 있다.



내 그림자를 바라보면, 그 안에서 빛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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