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되는 법 12
편성이 됐지만 대본은 다시 펼쳐졌다.
초반부 대본이 배우 측에 전달된 뒤
작품의 톤과 캐릭터에 대한 강한 우려가
제작사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캐스팅도 끝났고,
감독도 결정됐고,
편성도 결정됐고,
대본 역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친 상태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거의 다 된 거 아니었어?
그런데
끝날 때까지 끝 난 게 아니었다.
배우 측의 의견을 토대로
제작진과 전체 대본회의가 열렸다.
결국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들여다본 대본을 다시 펼쳐놓고
어떻게 손볼지 고민해야 했다.
그때 실감했다.
드라마는 작가가 대본을 완성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쓴 이야기가 드라마가 되려면,
그 이야기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더 있었다.
인물을 연기할 배우,
장면을 찍을 감독,
제작을 맡은 회사,
방송을 내보낼 채널.
같은 대본을 읽고도 각자 보는 곳은 달랐다.
내가 처음 경험한 현장에서는
편성권을 가진 채널의 영향력이 컸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가볍게 넘길 수도 없었다.
때로는 한 작품을 사이에 두고
여러 힘이 움직이는 모습이 파워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이 작품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점만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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