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V>ch.4-언밸런스한 앙심, 가성비의 복수

바르다마나(Vardhamana) ch.4

by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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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이야기

어느 여름날,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정체불명의 정전 직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1년 전 구르만씨에게서 발견됐던 것과 똑같은 데이터가,

이번에는 을지로입구역 실종 사건에서 다시 포착된다.

현장을 조사하던 K는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출입문과 마주하고,

오직 K에게만 보이는 그 문이 열리는 순간, K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르다마나(Vardhamana)> ch.4

- 언밸런스한 앙심, 가성비의 복수 -


언밸런스한 앙심

J는 서울의 중견 대학을 졸업하고 일찍이 취업에 도전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대학만 졸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자신에 대한 유일한 믿음조차 흔들리자 약한 자존감은 그림자처럼 자신을 옥죄어왔다. 혼자 있을 땐 스스로에게 욕을 하고 "편하게 살고 싶다", "살려주세요." 무의식적으로 의미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던 J는, 백수의 삶을 벗어나, 독립 디지털 매체의 저널리스트로 생업을 시작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그냥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던 특정 글들이 호응을 얻었고, 그 것에 대한 탐사보도를 하다보니 약간의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생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J는 잦은 악몽을 꾼다. 대부분 학창시절에 있었던 일들인데,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들을 마주하며 소스라치게 놀라 가위에 눌리곤 한다.

어느 날은 학교에 등교하여 정문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신고 있는데, 옆에 있던 같은반 일진 한 명이 J의 신발을 보더니 주변 애들도 다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건 뭔데? 언밸런스냐?"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J를 주목했고, 다수의 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불쾌한 하루가 시작됐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몰랐다.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볼 친구도 없었고, 선의로 다가와 이야기해주는 친구도 없었다. 그저 아픈 배를 부여잡고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다가 점심시간에 조용히 조퇴하고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J는 스스로의 겉모습에 관심이 거의 없는, 그래서 그냥 부모님이 사주시는데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다니는 학생이었다.

나중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언밸런스? 무슨말이지?" 그 말에 꽂혀서 언밸런스가 무엇을 두고 말한건가 찾아보니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이던 "뉴밸런*"라는 신발의 로고가 N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관에 놓인 본인의 검정색의 신발을 보니 N자가 거울에 비친양 반대로 그려져 있었다. 사실 그 신발을 어머니가 사주셨을 땐 발에 꼭 맞고 편하여 정말 마음에 들어서 잘 신고 다녔었는데 신고 다닌지 일주일만에 그런 일이 있고 나자, 다시 그 전에 신던 지저분한 원래는 흰색이었던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 운동화가 신발장 안에 그대로 있는 것을 발견한 어머니는 '왜 이쁜 신발을 안신고 다니는지' 몇 차례 물어보셨지만, J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다녔다.

흰 운동화는 발바닥 밑창 뒤쪽이 닳고 닳아 약간 구멍이 나있었는데,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양말 뒷꿈치가 등교길에 다 젖어버려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으로 보내곤 했었다.

독립 디지털 매체의 저널리스트로서 호응을 많이 얻었던 기사 역시, "친구가 아니라 표적이었다. 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나" 라는 기사였는데 이로 인해 특채로 서울저널의 인턴자리를 제안 받게 된 것이다.

서울저널에 들어가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들의 탐사 보도를 쓰게 되었고, 각종 제보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느날 <구르만> 이라는 필명? 을 쓰는 익명의 제보를 받게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조사하던 중 괴롭힘을 당하던 한 아이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실종자가 바르다 컴퍼니의 <바르다마나>라는 게임에 심취해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고 "한 학생이 교실에서 지워지기까지" 라는 제목의 탐사보도 시리즈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인터넷 신문사 간의 속보 경쟁으로 인해 인턴기자임에도 데스크 승인 없이 "우선 업로드" 정바카라으로 기사를 올리곤 했는데, J의 기사는 업로드 할 때마다 기사의 일부가 달라지곤 했다. 실종자에 관한 내용 그리고 가명, 날짜 등이 자동으로 수정되고 원본 클라우드 백업도 새롭게 작성된 기사로 수정되곤 했다.


처음엔 인턴기자라서 데스크에서 한 번 수정을 해서 올리나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원래 작성의도와 다르게 왜곡이 되어있는 것이 그 정도가 심한 것을 보고 감정이 상했다. 사수부터 부서장님 심지어 편집장님까지 면담하며 확인한 결과, 그 누구도 수정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단 사실을 알았다.

회사 정바카라도 정바카라이지만 인턴기자의 독립 기사까지 편집할만큼 한가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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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야기꾼 - 천일야화는 못해도 십일야화는 가능하다 생각함. 환자와 마주하며 느낀 감정, 여행과 삶의 작은 순간들을 다양한 장르의 글로 풀어냅니다. 씹어서 뱉어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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