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충전된 마음, 텅 빈 통장

by제이스의 시선


복직을 했다.

오랜만에 사무실로 가는 길을 달리니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번 복직과 함께 부서도 이동하게 됐다. 원했던 이동이라 설레는 마음이 컸지만, 그만큼 걱정도 따라왔다.

오랜만의 복귀인데 새로운 부서라니. 조직의 언어와 대화를 잊은 지 오래고, 업계 소식에서도 멀어져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사무실로 향했다. 주차장을 나와 빌딩으로 걸어가는 길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어제도 출근했던 것 같았다.


휴직 전에 세운 리스트들이 있었다. 이전 글에서 고백한 것처럼 지키지 못했고, 그래서 다행이었다.


이번에도 복직 전에 행복한 다짐을 했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하고 PT도 받아야지.

아들과 아침 운동을 하고 늦게 출근하는 날도 만들어야지.

계획을 하면서도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 다시 생각한다. 내가 좀 길게 회사를 떠나있었구나.

나이브한 생각이었다.


복직 인사를 돌고 사무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자마자 저녁 약속이 잡히고, 새벽 출근이 생기고, C-Level 보고 때문에 늦은 밤 퇴근을 했다.

아직 복직 7일째인데 말이다.


PT 선생님께 예약을 취소하며 "지금은 복직 초기라 그런데, 일정이 정리되면 다음주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했더니,

"평일 늦게라도 혼자 와서 운동이라도 하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마 쉽지 않을 거란 걸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래도 휴직 중에 되찾은 건강만큼은 꼭 지키고, 더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은 버리지 않으려 한다.


오랜만에 마주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에서, 복도에서 오랜만에 마주치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소수에게만 휴직을 알렸던 터라, 사람들은 "오랜만이에요", "어디 파견 다녀오셨어요?", "얼굴이 좋아지셨네요?"로 안부를 물었다.

"휴직하고 잘 놀다 왔습니다"라고 답하면, 다들 "어쩐지, 역시 회사에서 떨어져 있어야 얼굴이 좋아져요"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늦은 밤 퇴근하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아들이 자기 전에 아빠를 찾았다고. 초등학교 5학년이 울면서 찾았을 리는 없고, 그립다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빠를 찾았다는 그 말에 마음이 좋았다.


퇴근 후 씻고 잠든 아들을 잠시 바라보는 시간이 다시 생겼다. 예전엔 이 시간이 참 싫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겪으니 느낌이 다르다.

조용하고 깜깜한 밤,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것이 주는 잔잔한 따뜻함이 있다.


바쁘지만 이 바쁨이 오히려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안다.

신입사원도 아닌데 천천히 적응한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나에게 커리어에서 중요한 건 늘 일의 재미와 배움이었다.

그걸 찾아 이번 부서로 옮긴 것이고, 지난 일주일 동안 그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참고로 휴직 기간 동안 회사에도 변화가 있었다.

C-Level 이동에 따른 조직 개편, 그리고 사내 AI 활용이 가능해진 것.

여러 제약은 있지만 휴직 전과 비교하면 꽤 큰 변화다.


왜 벌써 돌아왔냐는 질문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 보면 마지막 질문이 이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쉬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너무 열심히 놀아서 돈이 없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휴직 동안 하고 싶은 걸 너무 열심히 하느라 통장이 정말로 텅 비었다.

아내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얘기가 있다.

휴직이 끝날 때쯤이면 통장이 비어서, 회사로 돌아갈 동기가 강제로라도 생길 거라고.


정말 그렇게 됐다.


지금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건강처럼, 글쓰기도 꾸준히 이어가보려 한다.

생각을 나누는 일은 재밌고, 나만의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다.

휴직 중 떠났던 여행에 대해서도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버스에서의 이 끄적임이 습관이 되길.

그리고 회사 생활 속에서도 또 새로운 글감들이 생겨나길.


지금까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5개월의 쉼이자, 저와 가족에게는 다시없을 밀도 깊은 시간의 기록이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날들을 돌아보며, 쉼의 의미를 다시 배웠습니다.


이 글이 육아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계신 분들께 작게나마 공감과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쉼이 필요하고 막상 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앞으로도 저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계속 기록해보겠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들러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