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은 하나도 없는 게 정말 좋을까요?

부정적인 감정은 하나도 없는 게 정말 좋을까요?


“좋은 생각만 하세요.”

“나는 왜 또 이렇게 부정적일까?”

“마음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나?”

“행복한 사람은 이런 기분을 잘 느끼지 않을 텐데.”


행복한 삶이라면 기쁨과 즐거움은 최대한 많고, 슬픔, 불안, 분노는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삶이 우리가 원하는 가장 좋은 삶일까요? 2026년 Journal of Happiness Studies에 발표된 Jinrui Liu와 동료들의 연구는 이 질문을 연구로 살펴봤습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감정의 비율을 고르게 하고,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원하는 감정의 수준, 삶의 만족도를 비교해보았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1.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기분 100%’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연구에는 미국에 사는 성인 352명이 참여했습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삶을 보여주고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한쪽에는 긍정적인 감정은 가득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없는 삶. 즉, 기쁨과 즐거움만 있고 슬픔이나 두려움, 분노는 한 번도 느끼지 않는 삶입니다. 다른 쪽에는 좋은 감정이 조금 적은 대신 불편한 감정도 어느 정도 포함된 삶이었죠. 과연 사람들은 어떤 삶을 골랐을까요?


우리는 당연히 첫 번째 삶을 고를 것 같습니다. 좋은 기분이 100%라는데 굳이 슬픔과 불안을 남겨둘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여러 방식으로 물었을 때 참가자들이 바란 이상적인 삶에는 긍정적인 감정이 약 66~80%, 부정적인 감정이 약 10~13% 포함돼 있었습니다. 감정을 직접 나눠 담게 했을 때 긍정적인 감정만 100% 고른 사람은 3.5%뿐이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하나도 넣지 않은 사람은 단 12.5%에 그쳤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감정이 충분히 많은 삶을 원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힘든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삶까지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부정적인 감정 (슬픔, 분노, 불안 등)이 삶에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그것이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음을, 불안은 아직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분노는 나를 지키는 경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도와줍니다. 이런 감정은 불편하지만, 내게 무엇이 중요하고 지금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2. 부정적인 감정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총 638명의 표본을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소에 기쁨·평온함·행복을 얼마나 느끼는지, 슬픔·두려움·분노는 얼마나 느끼는지 답했습니다. 그리고 각 감정을 어느 정도 느끼는 삶이 자신에게 이상적인지도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긍정적인 감정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습니다. 한편,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을 경우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지만, 감당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부정성을 줄이는게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즉,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0으로 만들려고 하기보다,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정도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3.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의 특징은?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가장 많이 느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가장 컸습니다. 즉, 첫번째 연구와 같이 약 70-80%의 긍정성과 10-15%의 부정성으로 이루어진 풍부하고 충만한 삶을 이해하고 기대하는 사람이 삶의 만족도가 가장 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살다보면 연인과 헤어질 수 있고, 또는 온라인 게임 동료가 이직을 해서 회사에서 마음을 나눴던 소중한 관계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슬픈 기분은 빨리 없애야 해”라는게 오히려 어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별은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슬픈 게 자연스러운거지'라며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의 삶을 100% 긍정성으로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그런 삶은 실존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적당한 부정성을 인정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마다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머물러도 괜찮다고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기 싫은 마음,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하는 마음,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한 마음, 기대했던 일이 잘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부정성이라는 겁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그 고통과 함께 더불어 괜찮게 살아가는 것을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삶이라고 봅니다. 슬픔이 알려주는 상실을 살펴보고, 불안이 알려주는 준비할 일을 하나 정하고, 분노가 알려주는 경계를 확인해보세요. 행복은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없앤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오가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지금의 나를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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