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가 계속 옆에서 놀아달라고 합니다. 씻기고 먹이고 치워야 할 일은 남아 있고, 나의 체력은 이미 바닥입니다. 결국 태블릿을 켜줍니다. 잠깐 조용해진 집에서 한숨 돌리고 나면 이번에는 태블릿을 계속 보여달라며 우는 아이와 다시 실랑이가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보여주지 말았어야지!”
정말 태블릿 문제는 아이의 절제력과 부모의 양육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2026년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된 Huijuan Di와 동료들은 부모가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 부모와 아이가 주고받는 상호작용, 아이가 행동을 멈추고 주의를 돌리는 힘 등이 태블릿 의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봤습니다. 만 3~6세 자녀를 둔 부모 690명이 조사에 참여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지친 부모의 아이가 더 태블릿을 찾았습니다
연구진은 부모들에게 양육이 얼마나 버겁게 느껴지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내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한지, 부모 역할이 감당하기 어려운지요. 그리고 동시에 아이가 태블릿을 얼마나 그만두기 어려워하는지도 물었습니다. 그 결과, 두 응답 사이의 상관은 r=.44이었습니다. 이는 심리통계적으로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중간 정도로 뚜렷한 연결성을 의미합니다. 즉, 부모의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아이의 태블릿 의존도가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이를 화면 중독이 되었다”고 해석하면 안됩니다. 이 연구는 원인과 결과를 보는 인과관계 연구가 아니라, 서로 관련된 정도를 보는 상관관계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내 아이가 태블릿을 너무 많이 의존하고 사용해서 부모가 지쳤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부모와 아이가 평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도 함께 측정했습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부모가 잘 반응하는지, 또 함께 놀고 대화할 때 서로 주의를 잘 주고받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둘의 상관은 r=−.44였습니다. 즉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부모-자녀 상호작용의 질은 낮게 평가됐습니다.
이 장면은 이렇게 상상해보면 됩니다. 부모가 충분히 쉬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왔을 때 잠깐이라도 눈을 맞추고 잘 반응해주며 놀지만, 부모가 지친 날에는 그 짧은 반응조차 어렵게 되어 아이가 말을 걸어도 건성으로 대답하게 되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태블릿이 좋은 해결바카라이 되는거죠. 부모에게는 쉼을, 아이에게는 강한 자극을 주니까요.
연구진이본 또 하나는 요인은 실행기능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이제 그만 보고 씻자~”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정말 그렇게 하려면 1)재미있는 화면에서 주의를 떼고, 2)아쉬움을 견디고, 3)몸을 일으켜 다음 행동으로 옮겨가는 여러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이는 정말 재미있는 술자리에서 1)이제 정말 대화를 멈추고 2)'맥주 딱 한 잔만 더 하자'는 유혹을 물리치며 3)아쉽지만 '일어나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전전두피질은 fMRI결과 약 만24세 이상까지도 성장합니다. 아이가 만4세라면 20년이나 더 남은 거죠. 그러니까 어린 아이에게 자기조절력을 기대하지 마세요. 만 24세가 한참 지난 우리도 행복한 순간에는 '딱 한 잔만 더!'를 외칠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보세요.
내 아이의 태블릿 의존도에는 부모의 근무시간, 경제적 부담, 돌봄 공백, 아이의 기질과 수면, 집 밖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환경 등 많은 것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태블릿 자체가 악마시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앞으로의 교육이나 슬롯생활에서 피해갈 수 없는 문화적 요인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태블릿을 하지 않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태블릿 사용 유능감이 떨어지고, 그런 앱 환경이 어색해서 또 다른 의미로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태블릿 금지만이 만사는 아니겠죠.
중요한 것은 태블릿을 몇 분동안 하느냐가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가족 환경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첫째, 태블릿이 가장 자주 켜지는 시간에 부모는 얼마나 지쳐 있나요?
둘째, 태블릿을 끈 뒤 아이가 옮겨갈 다음 활동이 준비되어 있나요?
셋째, 길지 않더라도 부모와 아이가 서로 진심어린 반응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나요?
거창한 놀이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림바카라을 한 권 다 읽지 못해도 한 장을 같이 보고, 블록을 완성하지 못해도 몇 개를 함께 쌓고,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가 건넨 말에 한 번 더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가 또 태블릿을 달라고 한다면 아이의 의지부터 탓하기 전에 지금 가족 환경 전체를 한번 바라보세요. 특히 내 지친 마음도 확인해보시구요!
참고문헌
Di, H., Liu, Y., Li, H., & Yao, H. (2026). The relationship between parenting stress and preschool children’s screen dependence: The chain mediating role of parent–child interaction quality and executive function. Frontiers in Psychology, 17, Article 1934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