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연습

#꼬리찾기 12주 연습

by나말록

지난 한 주, 소리는 어디에서 울리고 있었나요? 창밖에서, 옆방에서 온다고 생각했던 소리들이 어느 순간 '그냥 이 자리에서' 울리고 있다는 느낌이 슬쩍 스쳐 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느낌을 붙잡아 두려 하지 마시고 그저 맛만 보고 지나가셨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3주 동안 공간, 촉감, 소리를 차례로 살펴봤습니다. 각각 다른 감각이지만 한 가지는 공통이었습니다. 감각은 문득 왔다가 문득 사라지는데, 그 감각이 일어나는 자리는 늘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가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는 감각, '시각'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번 주는 보이는 것과 그 배경을 함께 보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눈앞에 있는 물건 하나를 골라 보세요. 컵이든 화분이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 물건만 봅니다. 물건의 모양, 색, 이름이 먼저 와서 시야를 다 차지합니다. 그런데 그 물건이 드러나려면 반드시 그것이 아닌 것, 즉 배경이 있어야 합니다. 배경이 없으면 모양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시선은 물건에 둔 채로, 그 물건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을 함께 의식해 보세요. 처음에는 물건과 배경 사이를 오가게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금 익숙해지면 둘이 한 장의 그림처럼 동시에 들어오는 순간이 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어 보겠습니다. 물건을 볼 때 그 '이름'을 잠시 떼어 보세요. 이름을 뗀다는 것은 생각으로 그것을 취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컵'이라는 이름 없이, 그저 그 모양과 색만 보는 겁니다. 이름이 붙기 전의 모양은 생각보다 낯섭니다. 낯설다는 말은 그것을 실제로 개념의 장막 없이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낯선 모양이 지난 세 주 동안 살펴본 그 공간 위에 떠 있다는 것을 느껴 보세요. 모양은 공간에 의해 드러나고, 공간은 모양에 의해 드러납니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어느 쪽도 인식되지 않습니다. 어느 하나가 있어야 다른 하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결코 따로 떨어진, 둘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명확하고 확실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나말록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누군가 깨어났으니 당신도 깨어납니다. 깨달음에는 종교와 신비가 필요 없습나다. 읽고 사유하고 깨어나세요.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3,53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