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사람마다 재미의 스위치는 다르다

모두가 같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슬롯의 착각

byDataSopher

누군가에게는 숫자 하나가 오락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숫자를 보는 5분이 형벌이다.


엑셀에서 잘못 들어간 소수점 하나를 발견하고 신이 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새벽 세 시까지 낚싯줄을 묶거나, 낡은 카메라를 분해하거나, 지도에 없는 골목을 걷다가 시간이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같은 오후를 주어도 누구는 충전되고 누구는 소모된다. 이 차이를 너무 쉽게 ‘취향’이라고 부른다. 무례해지면 ‘의욕’의 차이로 오해한다.


“그게 뭐가 재밌어?”


질문에 숨어 있는 폭력을 생각한다.

질문하는 사람은 대개 자기가 가진 재미의 자를 남의 삶에 갖다 댄다. 등산이 재미없으면 게으르고, 독서가 재미없으면 얕고, 모임을 즐기지 않으면 슬롯성이 부족하다는 식이다. 정작 재미는 도덕 성적표가 아닌데도 말이다.


2026년 발표된 흥미 발달 연구는 중요한 사실을 환기한다.

사람에게 흥미가 생기는 과정에는 개인의 특성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환경의 설계, 슬롯문화적 맥락이 영향을 미친다.


관심은 생겨나고, 자라며, 흔들린다. 그러니까 재미의 스위치는 태어날 때 완성된 고정 장치가 아니다. 배선은 경험을 따라 바뀐다.


같은 바카라도 시험 문제로 읽으면 질리고 우연히 마주친 문장이 오늘의 고민을 설명해 줄 때는 밤을 새운다. 같은 운동도 체중 감량 숙제가 되면 고역이지만, 어제 못 넘었던 벽을 오늘 넘는 순간 놀이가 된다. 대상이 바뀐 것이 아니다.

내가 그것과 맺는 관계가 바뀐 것이다.


문제는 슬롯가 사람마다 다른 스위치를 찾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학교는 한 시간표로 아이들을 앉히고, 회사는 하나의 보상 체계로 동기를 설명하며, 플랫폼은 서로 다른 반응을 몇 가지 숫자로 번역한다.


관리하기 편리한 기준과 인간을 이해하는 기준은 다르다. 이 차이를 잊을 때, 잘못 설계된 환경의 바카라임이 개인의 무기력으로 넘어간다.


2026년 발표된 온라인 게임 내 자기결정성이론의 메타분석 역시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이라는 심리적 욕구와 동기의 관계를 다룬다.

누군가가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람에게 열정이 없어서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할 여지가 부족해서인지 구별해야 한다. 사람을 바꾸려 하기 전에 환경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더 흥미로운 것은 AI다.


2026년 《Journal of Marketing》에 온라인 공개된 연구는 본연구 12건과 예비연구 2건, 총 8824명을 분석했다.

사람들은 인간 추천인에게 말하거나 혼자 선호를 나열할 때보다 알고리즘에 취향을 입력할 때 관심사를 더 좁게 밝혔다. 엉뚱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생략한 것이다.


나를 더 잘 알아주라고 만든 기계 앞에서 내가 먼저 나를 단순화하다니. 추천 시스템은 그 좁은 고백에 정교하게 답하고, 우리는 잘 맞는 화면 속에서 점점 익숙한 나를 만난다.


모든 바카라임을 알고리즘에 돌릴 수도 없다. 무엇을 누르고 건너뛸지 선택하는 사람 역시 이 순환에 참여한다.


특히 경계하는 것은 ‘오래 붙잡아 두면 재미있었다’는 계산이다.

40분을 스크롤했다고 40분을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재미는 잠을 줄이고, 어떤 재미는 잠든 뒤에도 내일을 기다리게 한다.

체류 시간은 측정할 수 있지만, 삶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는 숫자로 알기 어렵다.


좋아하는 일만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재미는 때로 낯섦과 지루함을 통과해 도착한다. 처음 보는 악보가 소음처럼 들리다가 어느 날 음악이 되는 것처럼, 첫 시도에서 반짝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위치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흥미는 발견되는 동시에 길러진다.


‘무엇을 좋아하느냐’보다 다른 질문을 해보고 싶다.

어떤 순간에 자꾸 다음 질문이 생기는가. 남이 칭찬하지 않아도 다시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끝내고 나면 단순히 자극을 소비했다는 느낌보다 세상을 이해했다는 감각이 남는 일은 무엇인가.


재미의 스위치를 찾는다는 것은 평생 한 가지 버튼만 누르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버튼으로 내 삶을 켜려 하지 않겠다는 결심에 가깝다.


서로에게 해야 할 말은 “그게 뭐가 재밌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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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했나요?”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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