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데 왜 제자리일까?
내일 아침부터 뭘 다르게 해야 하지?
회의에서 말을 한 번 더 해야 하나.
메일을 먼저 보내야 하나.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해야 하나.
팀장에게 자주 찾아가야 하나.
‘적극적’이라는 단어는 그럴듯하지만 행동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주도적으로 일해주세요.”
이 말도 비슷하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상대에게 문제풀이를 떠넘긴다.
도대체 어느 행동이 부족했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당신이 알아서 성장하세요”라고 말하는 셈이다.
피드백이 아니다. 안개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니어답게 생각해주세요.”
“보고서의 퀄리티를 높여주세요.”
말한 사람은 분명 무언가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늘어난다.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다.
대신 눈치를 배운다.
지난번 팀장 표정이 안 좋았으니 이번에는 자료를 더 많이 만든다.
회의에서 조용하다는 말을 들었으니 필요하지 않은 말까지 한다.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밤늦게까지 슬랙에 남는다.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평가자를 예측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조직이 자주 착각하는 장면이다.
Kluger와 DeNisi가 607개의 효과크기, 2만3천 명이 넘는 관측치를 분석한 유명한 메타분석에서는 피드백이 평균적으로 성과를 개선했지만 3분의 1이 넘는 피드백 개입은 성과를 떨어뜨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피드백이 사람의 관심을 ‘해야 할 일’에서 ‘나라는 사람’으로 옮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근거가 부족합니다”는 일을 보게 만든다.
하지만 “당신은 논리력이 부족해요.” 라는 말은 나를 보게 만든다.
순간 사람은 문제를 고치는 대신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한다.
피드백의 본질이 보인다.
좋은 피드백은 사람을 설명하지 않는다.
다음 행동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보자.
“보고서가 별로예요.”
평가다.
“보고서가 너무 길어요.”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첫 페이지에서 의사결정해야 할 숫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보고서에서는 첫 화면에 매출 변화, 원인 두 가지, 필요한 의사결정을 먼저 넣어봅시다.”
여기까지 와야 신호가 된다.
어디가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무엇을 바꿀지가 보인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자세가 안 좋아요”라는 말보다
“스쿼트할 때 무릎이 안쪽으로 들어옵니다”가 낫다.
글쓰기에서도
“글이 재미없어요”보다
“첫 세 문단에서 사건이 시작되지 않습니다”가 훨씬 강력하다.
성장은 거창한 동기부여보다 이런 작은 신호에서 시작된다.
어제의 행동과 오늘의 행동 사이에 수정 가능한 차이가 생기는 순간이다.
전문가 연구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된다.
Anders Ericsson이 말한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에는 반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기술을 연습하고 비교적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 뒤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들어간다.
피아니스트가 같은 곡을 천 번 치는 것보다 어떤 마디에서 박자가 흔들리는지 알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경력이 오래됐다고 자동으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이 경력을 만들고 수정이 실력을 만든다.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신호가 구체적이면 무조건 좋을까?
아니다.
연구에서는 지나치게 세세한 피드백이 당장의 수행을 높이는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학습을 방해할 가능성도 관찰됐다.
좋은 리더는 그래서 정답을 대신 풀어주지 않는다.
“여기에 이 문장을 넣으세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문장이 필요했는지 다음번에는 당신이 판단해보세요.”
까지 가야 한다.
신호는 길을 보여줘야지 사람을 끌고 다녀서는 안 된다.
2025년 일본 온라인 게임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실험에서는 AI가 제공한 긍정적 피드백이 직업적 자기효능감을 높였고, 개선점을 짚는 부정적 피드백 역시 주변의 정서적 지지가 높은 환경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표본이 102명인 만큼 일반화에는 조심해야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할 거리는 충분하다.
앞으로 사람에게 피드백을 주는 존재가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AI는 내가 쓴 보고서 30개를 비교해 반복되는 문제를 잡아낼 수 있다.
회의 기록을 분석해서 “최근 다섯 번의 회의에서 당신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대안을 함께 제시한 경우는 한 번뿐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상사가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유용할지 모른다.
아이러니하다.
AI 시대에 인간 리더가 AI보다 먼저 잃어버릴 수 있는 능력은 정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에게 제대로 된 신호를 주는 능력이다.
회사는 쉽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이야기한다.
성장에는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한다.
지난달보다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가.
어떤 판단이 빨라졌는가.
어떤 실수가 줄었는가.
무엇을 이제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성장’은 슬로건에 가깝다.
사람은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못하고 있어요”라는 말로도 성장하지 않는다.
내 행동과 결과 사이에서 무엇이 작동했고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볼 수 있을 때 성장한다.
좋은 조직에는 거창한 성장 프로그램보다 먼저 있어야 할게 있다.
“이번에는 이것이 좋았습니다.”
“여기에서 결과가 갈렸습니다.”
“다음에는 이것 하나를 바꿔봅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판단해주는 심판이 아니다.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려주는 좌표다.
아주 작은 화살표 하나.
다음에는 이쪽으로 가보라는 신호.
사람을 성장시키는 가장 좋은 리더는 가장 많은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정확한 신호를 남기는 사람이다.
참고한 자료
Kluger & DeNisi의 피드백 메타분석은 피드백이 평균적으로 성과를 높이더라도 상당한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특히 관심이 과업에서 자아로 이동할 때 효과가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nders Ericsson의 의도적 연습 연구는 특정 과업에 대한 집중적 연습, 피드백, 문제 해결과 반복 수정이 전문성 발달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Goodman과 Wood의 연구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당장의 수행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독립적인 학습과 다른 과제로의 전이를 약화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일본 온라인 게임인 대상 무작위 실험에서는 AI의 긍정적 피드백이 직업적 자기효능감을 높였으며, 개선점 중심 피드백의 효과에는 온라인 게임 내 정서적 지원이 중요한 조건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