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좋은 감정이 무색하게도
친구가 죽었다.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다. 대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봄날이었다. 기억 속의 친구는 푸들을 닮았다. 잘게 파마해 곱슬거리는 머리 모양이 닮았고, 작은 체구에 팔다리가 길고 날씬한 체형조차 그러했다. 눈은 과거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쌍꺼풀이 없는 여자 연예인을 닮았다.
우리는 같은 단과대학 내 동호회에서 만났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선배를 따라 갔던 동아리 오리엔테이션에서였다. 그곳은 그야말로 만선이었다. 어둑한 지하 주점은 처음 만난 신입생과 재학생의 달뜬 열기로 가득 찼다. 그 안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혼자 멋쩍게 앉아 있던 내게 그 친구가 다가왔다.
그 친구의 인상은 꽤나 당돌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덜컥 다가와서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고, 무례와 예의 한가운데에서 제법 능숙한 줄타기 실력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무해한 얼굴로 배시시 웃는데, 누군들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머리 위로 은은하게 비쳐오는 전구색 조명이 그 친구와 참 잘 어울렸다. 내향형인 나조차 그 자리에서 무장해제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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