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마을을 찾아서 ① / 남양주 위스테이별내 이야기>
<도시 속 마을을 찾아서 ① / 남양주 위스테이별내 이야기>
아파트는 집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그러나 집이 모였다고 마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을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일상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자리한 위스테이별내는 이러한 도시 속 마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거공동체다.
위스테이별내는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이다. 총 491세대 규모로 2020년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다.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동체를 고려한 공간계획이다.
단지 서쪽으로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자리하고, 동쪽으로는 덕송천이 흐른다.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와 교통시설이 있어 자연환경과 도시의 생활편의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건축계획에서는 주거동을 가능한 한 남향으로 배치하고, 산을 향해 시야와 바람길이 열리도록 설계했다. 단지 중앙에는 광장을 조성하고, 보행로를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했다. 특히 약 1,200평 규모로 계획된 커뮤니티 공간은 위스테이별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공유주방과 도서관, 돌봄과 교육을 위한 공간, 주민들의 문화활동과 모임을 지원하는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웃을 만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공간은 '동네부엌'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함께 식사하며, 때로는 이웃을 초대해 집들이도 한다. 집 안에서 이루어지던 생활이 공동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이러한 일상의 경험은 단순한 공간의 공유를 넘어 주민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의 기억을 축적한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을 슬롯적 관계와 실천의 산물로 이해했다.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이 주민들의 일상과 활동을 통해 새로운 슬롯적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위스테이별내는 그의 공간생산론을 떠올리게 한다.
공동체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위스테이별내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가 주거자산의 소유와 관리체계를 담당하고, 주민들이 만든 슬롯적협동조합이 공동체 활동과 생활문화의 운영을 담당하는 이원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리적인 주거환경의 안정적인 관리와 주민들의 자율적인 공동체 활동을 결합한 구조다. 주민들은 동아리와 문화활동, 돌봄과 생활서비스를 함께 조직하면서 자신들의 공동생활을 만들어간다.
물론 공동체의 운영권과 주거자산에 대한 결정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은 앞으로 더 깊이 살펴볼 과제다. 이 문제는 덴마크의 코하우징 공동체인 뭉케쇠고르(Munksøgård)와 비교하면 더욱 흥미로운 논의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늘은 위스테이별내가 보여주는 한 가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싶다. 아파트라는 익숙한 주거형태 안에서도 사람들은 공동체적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 속 마을은 과거 농촌공동체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고, 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도시적 실험이다. 아파트를 짓는 것은 건축의 일이지만, 그 안에 마을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일이다. 위스테이별내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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