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빛나지 못한 청춘의 기록: 현실의 무게

byPearl K

대학을 졸업한 진아에게 취업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당장 나가야 할 월세 그리고 먹고사는 생활비와 직결된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였다. 일단 4학년 때 살던 사글셋방은 12월 말이 계약만료일이었다. 당장 갈 곳을 다시 구해야 했지만 어느 지역으로 취업이 될지 몰라 섣불리 방을 얻을 수도 없었고, 물론 그만큼의 목돈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진아는 방 계약만료일에 맞추어 집으로 내려갔다. 막상 새빛 시로 내려오니 앞날이 더욱 막막했다. 원서를 내더라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서울 기준으로 최소 6시간을 올라가야 하는데 빠른 대처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일 전공 분야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일해야 할 곳이 어디 일지를 찾았지만, 경력 한 줄도 없이 갓 대학을 졸업한 초짜를 원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공고가 하나 떴다. 문화예술 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진로를 희망했는데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 영상 자료실에서 계약직원을 뽑는다는 공고였다. 공고일은 오늘부터 3일. 진아는 열심히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하고 짐을 챙겨 그날의 서울행 마지막 고속버스를 탔다.


6시간 반 걸려 도착한 남부터미널은 새벽 5시가 아직 안 된 시간이라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오픈 시간은 10시였다. 당장 갈 곳이 없던 진아의 눈에 목욕탕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면접을 볼 수도 있으니 준비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새벽 5시, 막 오픈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목욕탕에서 천천히 공들여 목욕하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마음으로 기도했다.


깨끗이 씻은 후 정장으로 갈아입으니 몸도 마음도 개운했다. 건물을 나서니 조금씩 허기가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주변에 아직 문 연 식당은 없었다. 꼼짝없이 쫄쫄 굶어야 했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 올라가 예술의 전당 앞에서 몇 시간을 서성이며 문이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데스크 직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환하게 웃으며 원서 접수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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