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얻은 진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귀를 뚫는 일이었다. 진아를 데려다주고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며 내려갔던 화숙은 그 이야기를 듣고 황당하고 어이없어했다. “엄마는 네가 겁내고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뭐라고? 귀를 뚫었다고?” 진아는 “왜? 안 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거였단 말이야.” 했지만, 전화기 너머 화숙은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진아의 대학 생활 첫 해는 이제껏 갇혀있던 새장에서 벗어난 새처럼 모든 자유를 누리고 싶은 시기였다. 일단 가장 원했던 연극 동아리에 면접을 보고 들어갔고, 친구들과 함께 술도 마셔보았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예매해서 겁도 없이 혼자 서울에 있는 공연장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만난 가수의 팬들과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다.
대학교 후문의 방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시는 아파트 방 한 칸을 빌려 사용하는 거였는데,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은 진아에게는 너무도 제약이 큰 곳이었다. 할머니가 가끔 챙겨주신 음식은 너무 짜서 소금 한 통을 모두 들이부은 것 같았고, 10시만 넘어도 자야 하는데 늦게 온다며 타박하셨다.
심지어 전기세를 아낀다고 마구 불을 꺼버리시거나, 여름에 샤워를 하는데 보일러 돌리면 비싸다고 뜨거운 물을 틀어주지도 않으셨다. 장마철에 우산도 없이 비를 쫄딱 맞아 흠뻑 젖은 다음에야 진아에게 겨우 찬물로 씻을 용기가 났다. 그다음부터 진아는 도저히 찬물샤워를 못할 것 같은 날이면 일부러 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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