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효과
1년 전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 아버지의 환갑을 기념해 친정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이었다. 2주 가까이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했기에 망설였지만 남편이 흔쾌히 등을 떠밀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부모님의 첫째 아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높은 비행기 값도, 까다로워진 입국 심사도 그 기분을 망치지는 못했다.
우리는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입고 어디를 갈지만 결정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침은 이전과 전혀 다른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등원 시간도, 냉장고 상태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누군가 차려준 스크램블 에그와 소시지를 먹었다.
돌아보면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단순하다. 해야 할 선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청소와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장을 보거나 냉장고를 채울 걱정도 없다. 일상을 지탱하느라 끊임없이 내려야 했던 자잘한 결정들로부터 잠시 해방된다. 놀고 오면 깨끗이 각이 잡혀있는 침구류들, 들어가기만 하면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 여행의 행복은 대개 그런 사소한 안락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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