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 로 (路)

1865년 2월 26일, 동래부 본청

by밤톨


말발굽이 동헌 마당의 돌바닥을 세차게 두들기며 뛰어들어 왔다.

흙먼지가 뒤덮인 군마의 안장 위에서, 파발꾼이 공문 통을 댓돌 위로 망설임 없이 던졌다.

"전라도 해남현 치계(馳啓)요!"


안동준은 쥐고 있던 붓을 서안(書案) 모서리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동래부사의 낙인이 찍힌 공문이 삼남의 파발을 타고 흩어진 지 꼭 한 달이었다. 뱃길과 역로를 거슬러 올라간 파발들이 마침내 하나둘 회답을 물고 동래 본청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정청 한편에 자리 잡은 동준의 앞에는 이미 삼남 각지에서 올라온 마흔여 통의 장계와 파발문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사령이 받아 든 서한은 흙먼지가 묻은 채 동준의 서류 뭉치 가장 위에 겹쳐졌다. 지난 수년간의 연해 표류민 등록(謄錄)과, 올겨울 들어 서남해안 각 고을에 접수된 정체불명의 표착 기록들이었다. 동준은 뻣뻣하게 굳은 목덜미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천천히 좌우로 꺾었다.

긴 손가락이 먹줄 마른 한지 위를 기민하게 훑어 내려갔다. 경상도 영일 포항창(浦項倉) 부근의 난파선 목격 일지, 전라좌수영 관하의 고기잡이배 조난 기록, 그리고 이물이 뾰족한 왜국 난파선의 목격담까지 총 열두 건. 충청 수영 관하의 보령(保寧)과 남포(藍浦), 태안(泰安), 그리고 금강(錦江) 하구의 서천과 비인 일대. 바다를 등진 그 후미진 갯마을 언저리들로 정체불명의 왜인 표류민과 낯선 왜어를 쓰는 자들이 목격되었다는 보고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동준의 시선을 잡아끄는 기록이 있었다.


「疑似倭女 一件 (舒川狀啓)」
왜인으로 추정되는 여인, 일 건. 서천 관아 장계.


"안 통사."

순간, 서안 너머에서 마주 앉아 묵묵히 먹을 갈던 동래부사 정현덕이 고개를 들었다. 노회한 부사의 눈빛이 동준 쪽을 지그시 건너다보고 있었다.

"한 달간 모아들인 장계(狀啓)의 꼴을 보니, 과연 변방의 바다가 뒤숭숭하긴 한 모양일세. 허나 연해에 떠돈다는 이 왜인들이…… 그저 풍랑을 만나 길을 잃은 가련한 어민들인지, 아니면 다른 뜻을 품고 기어든 자들인지 어찌 가늠하겠는가."

동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열도의 내란이 극에 달해 흉흉한 기운이 바다를 건너고 있습니다. 난을 피해 바다로 뛰어든 도망자일 수도 있고, 정세를 탐문하려는 첩자이거나, 심지어는 왜인 흉내를 내며 민가를 어지럽히는 간악한 무리일 수도 있사옵니다. 이런 자들은 각 고을의 아전들이나 포교들의 눈으로는 참과 거짓을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오직 왜학의 말과 문맥을 뼛속까지 꿰뚫고 있는 전문 통사가 직접 대면하여 문정(問情)해야만 그 진의가 드러나는 법입니다."

정현덕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부사는 손끝으로 서안 모서리를 느릿하게 두드리며 동준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해서, 자네가 직접 가보겠다는 겐가?"

"호서 연안과 금강 하구는 조운선과 어선이 뒤엉켜 첩자를 가려내기 가장 위험한 길목입니다. 소인이 직접 보령과 충청 수영, 금강 어귀로 나아가 현장에 억류된 왜인 서너 명을 직접 심문하고 오겠습니다. 만약 불순한 자들이라면 관아에 넘겨 법대로 다스리고, 무고한 표류민이라면 공문서를 갖추어 왜관으로 인계받아 쇄환(刷還)하는 절차를 밟아야 국경의 잡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서늘한 정적이 흘렀다. 정현덕은 지난가을 한양 운현궁에서 대원군을 독대하고 내려온 이후, 이 젊은 왜학통사의 눈빛에 스며든 미세한 결기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벼루 곁에 놓인 붉은 관인을 집어 들었다.

머지않아 충청도와 전라도 각 고을 관아의 협조를 명하는 위임 공문이 동준의 손으로 넘어왔다.

"지체 말고 다녀오게, 안 통사. 박 군관이 이끄는 군졸들이 이미 삼남의 길목을 오가고 있네. 혹 필요한 일이 생기면 역참을 통해 박 군관에게 기별을 보내도 좋으니……."

"명심하겠나이다, 영감."

동준은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 길로 본청을 빠져나와 역관으로 돌아온 동준은 지체 없이 행장을 꾸렸다. 문지방을 넘어서는 그의 등 뒤로 만석이 바짝 따라붙었다.

"나으리, 충청 수영 관하로 직접 가시는 겁니까?"

"그래. 공문이 손에 들어왔으니 한시가 급하네. 짐을 단출히 하고 말을 채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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