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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데라 토류몬 ②

쓸데없는 건 다 빼버립니다

by기묘한
도쿄에서 밥 먹으며 공부합니다 — 3박 4일의 여행에서 발견한, 맛있는 한 끼 뒤의 비즈니스 이야기입니다.


서서 먹는 식당입니다


일본에 사는 동생이 마침내 도착했지만, 아직 자리가 나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게에 들어서기 전에 이곳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니, 동생이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타치노미’면 그렇게 비싸지는 않겠다고요.


‘타치구이(立ち食い)’와 ‘타치노미(立ち飲み)’. 일본에서는 서서 먹고 마시는 가게를 보통 이렇게 부르는데요. 앞의 것은 서서 먹는 식당을, 뒤의 것은 서서 술을 마시는 가게를 가리킵니다. 주로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하거나 가볍게 한잔 하는 곳이라, 그만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가게라는 뜻도 담겨 있죠. 한국에서는 꽤 낯선 방식이지만, 일본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해요. 엄밀히 말하면 초밥을 파는 이곳은 타치구이에 가까웠지만, 동생의 말은 가게의 성격을 짚고 있었습니다. 서서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부담 없는 가격’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거죠.


도쿄_054_타치노미.jpg올해는 찍은 사진이 없어, 작년에 찍은 모습인데 매장 내부는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묘한


물론 ‘오노데라’라는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형태이긴 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긴자 오노데라 본점은 저녁 식사 기준 가격이 3만 엔에 달하는 고급 스시집이니까요. 긴자의 스시집이라고 하면 차분히 앉아, 한 점씩 받아먹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식사하는 내내 서 있어야 했습니다.


앉아서 먹느냐 서서 먹느냐는 의자 하나의 차이 같아 보여도, 가게의 성격을 꽤 분명하게 말해 줍니다. 오래 머물며 대접받기보다는, 가볍게 들어와 원하는 것을 먹고 나가는 식사에 가깝다는 뜻이니까요. 손님도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게 입장에서도 좌석을 갖춘 식당과는 공간을 쓰는 방식이 달라질 겁니다. 손님이 머무는 시간에도 영향을 주겠죠. 다만 이곳의 실제 원가나 회전율을 확인한 건 아니니, 서서 먹는 덕분에 가격이 얼마나 낮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게 더 선명하게 다가온 건, 고급 스시집의 격식을 내려놓겠다는 신호였습니다.




오히려 부담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편이 좋았습니다. 도쿄에서 일하는 동생을 만나 근황도 묻고, 맛있는 초밥도 먹고 싶었던 저녁이었으니까요. 음식이 나올 때마다 조용히 집중해야 할 것 같은 자리보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먹고 싶은 걸 더 시킬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서서 먹는 불편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주문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읽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직원을 불러 메뉴를 설명받으며 하나씩 고르는 절차가 줄어든 셈이죠. 고급 스시집에서 기대할 법한 세심한 안내 대신, 손님이 직접 메뉴를 보고 주문합니다. 서서 먹는 방식과 함께, 가게가 어떤 방향을 택했는지 보여 주는 장치였습니다.


비싼 식당의 가격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서비스값이 붙었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격표에서 서비스에 해당하는 금액만 떼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재료비와 인건비, 공간을 유지하는 비용 등이 함께 들어가니까요. 의자가 없고 QR코드로 주문한다고 해서, 그만큼이 고스란히 할인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다만 이런 운영 방식은 손님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토류몬은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초밥을 쥐는 직원의 숙련도와 식사의 격식에 대한 기대는 낮춥니다. 손님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은 조금 늘어나고요. 그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원하는 초밥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한 겁니다.


제게는 그 선택이 잘 맞았습니다. 이날의 목적은 격식 있는 저녁 대접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맛있는 걸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주변에 맥주를 곁들여 식사하는 관광객들이 많은 것도 이해가 됐습니다. 같은 초밥이라도 어떤 저녁을 보내고 싶은지에 따라 어울리는 가게는 달라지는 거죠.




서비스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서서 먹는 방식은 알고 찾아갔으니 괜찮았습니다. QR코드로 직접 주문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요. 다만 제가 방문했을 때는 초밥이 주문한 순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예상했던 불편과는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가벼운 맛부터 시작해 뒤로 갈수록 진한 맛을 즐기고 싶었지만, 나오는 대로 먹다 보니 계획이 흐트러졌습니다. 앞서 시킨 초밥을 기다리는 사이 나중에 주문한 것이 먼저 나오니, 얼마나 더 시켜야 할지 가늠하기도 어려웠고요. 한 점씩 골라 먹는 자유는 있었지만, 식사의 속도와 흐름까지 제가 조절할 수는 없었죠.


이런 순간에는 누군가 알아서 순서를 잡아 주는 식사의 편안함이 떠오릅니다. 손님이 먹는 속도를 살피고 다음 음식을 내어 주는 일 말이죠. 있을 때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서비스인데, 빠지고 나니 그 역할이 보였습니다. 낮에 긴자 하치고에서 녹차 한 잔이 딱 적절한 순간에 나왔던 경험과도 자연스럽게 비교됐고요.


도쿄_055_좌석.jpg오노데라는 특별히 서비스라고 할 게 전혀 없었습니다, 녹차도 직접 타서 먹어야 했죠 ⓒ기묘한


물론 이날의 경험만으로 가게의 서비스 전체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문 순서가 뒤섞인 이유를 젊은 직원들의 경험 부족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겠죠. 다만 그날 제게 초밥 자체의 맛과 그것을 먹는 과정의 만족이 서로 다르게 다가왔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만약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였다면, 이를 조금 너그럽게 지켜보는 것도 ‘손님에게 길러지는 스시집’을 찾은 손님의 몫일 수 있겠죠. 좋은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는 대신, 누군가의 성장 과정에 함께한다는 약속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요.


생각해 보면 토류몬이 덜어 낸 것들을 모두 ‘쓸데없는 것’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습니다. 의자도, 주문을 도와주는 직원도, 식사의 흐름을 살피는 손길도 누군가에게는 돈을 더 낼만큼 필요한 것이니까요. 제게도 대화를 편하게 나누는 것과는 별개로, 음식이 나오는 순서는 꽤 중요했습니다. 다만 서서 먹기와 셀프 주문은 미리 알고 선택한 방식이었고, 주문 순서가 뒤섞인 건 실제로 먹어 보며 알게 된 불편이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만든다는 건, 손님이 아쉬워할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어떤 부분은 지키고 어떤 부분은 덜어 낼지 고르는 일에 가깝겠죠.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 있습니다. 애슐리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에서는 다 먹은 접시를 손님이 직접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직원이 테이블을 오가며 접시를 거두던 일의 일부를 손님이 맡는 겁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그 수고를 감수하더라도 음식의 가짓수와 가격이 만족스럽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죠. 처음에는 어색했던 방식도 그렇게 익숙해집니다.


이처럼 무엇을 덜어 냈는지가 분명하고, 그 대가로 얻는 것이 납득된다면 손님은 생각보다 기꺼이 수고를 나눕니다. 가게는 자신이 제공하는 경험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손님은 그것이 자신의 식사 목적에 맞는지 판단하는 거죠. 토류몬은 이날 제게 잘 맞는 선택이었지만, 모든 저녁 약속에 추천할 식당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곳을 찾았습니다. 다음에 도쿄에 가더라도 다시 후보에 올릴 것 같고요. 아쉬운 점을 알고도 거듭 찾고 싶어지는 이유가 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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